대출 규모 2조2,000억달러,
리츠 등 포함 시 3조 넘어
공실률 상승, 가치 하락에
만기 도래에 채무 불이행↑
코로나 19 사태로 야기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은행권은 물론 미국 경제 전반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월스트릿저널은 6일 부동산 담보 대출이 당초 추벙보다 훨씬 많은 3조달러를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대출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상당수가 부실화되고 이는 은행권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액은 2조2,000억달러로 2015년 이후 7년 만에 2배로 증가했다. 장기간 이어진 제로금리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에 대형 은행들은 물론 지방 중소형 은행들까지 대거 뛰어든 탓이다.
월스트릿저널은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실제로 빌려준 돈이 알려진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여신, 상업용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된 각종 채권 인수도 결국 은행이 해당 부동산에 간접적으로 돈을 빌려준 것과 같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이나 부동산 대출 전문 리츠(REITs)를 대상으로 한 은행 대출이 대표적인 예다. WSJ 자체 분석 결과, 이 같은 간접 대출을 포함한 은행권의 전체 상업용 부동산 위험 노출액은 3조3,000억달러로, 은행권 예금의 무려 2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하는 등 오피스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선전했던 창고 등 산업용 부동산의 공실률도 동반 상승하면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기준 전국 창고 공실률은 4.8%로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으며 대출 만기에 따른 재연장 심사도 깐깐하게 진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가격 하락 등으로 대다수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가치 대비 융자비율(debt to loan ratio)이 악화되면서 이를 맞추기 위한 추가 자금 수혈을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릿저널은 이같은 상황에서 많은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들이 대출 연장보다 채무 불이행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실이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로 대출 연장을 하느니 담보를 설정한 상업용 부동산을 은행에 넘기는 게 차라리 낫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출로 여겨졌고 꾸준한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자 상품’이었던 부동산 대출이 은행들에게 디폴트(채무 불이행)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부동산 집계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관련 대출과 증권은 약 9,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들 대출은 대부분 현재 금리 수준보다 낮은 금리로 실행된 대출들이다.
베네핏 스트리트 파트너스의 마이클 컴패러토 상업용 부동산 책임자는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디폴트가 늘어날 경우 은행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타일러 위거스 전 연방준비제도(FRB·연준) 상업용 부동산 고문은 “은행에 3.5% 이자를 지급하던 대출자가 갑자기 7.5%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