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입법·기업저항 등 “입법 후 1년 넘었지만 세부 규정 마련 못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작년에 도입한 최저 법인세의 적용이 지연되는 가운데 대기업의 저항이 커지면서 이를 통한 세수 증대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정책이자 지난해 8월 연방 의회가 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는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15%의 최저실효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IRA 제정 1년이 됐지만 연방 정부는 아직 최저 법인세를 완전히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 법인세는 매년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남기면서도 세금을 매우 적게 내는 소수의 대기업을 겨냥한 것인데, 연방 의회가 IRA를 서둘러 처리하는 과정에 중요한 세부 내용을 결정하지 않고 이를 재무부에 맡겼기 때문이다.
연방 재무부는 작년 12월에 세부 규정과 관련한 지침을 공개했지만, 기업들이 이익을 어떻게 산출하고 세법의 어떤 조항을 적용할지 등 중요한 내용은 여전히 확정하지 못했다.
이에 연방 국세청(IRS)은 지난 6월 최저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기업들에 벌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며 일종의 유예를 발표했다.
최저 법인세는 올해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세부 규정이 마련됐다면 기업들은 올해 1분기부터 새 규정에 따라 분기별 법인세를 납부해야 했다.
AT&T, 아마존, 듀크에너지, 포드, 페덱스 등 대기업은 이 틈을 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재무부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로비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을 대표하는 로비회사들은 기업의 세 부담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세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재무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가스 회사들을 대표하는 한 로비 회사는 행정부가 세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회사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저 법인세 이행이 지연되고 기업들의 로비 공세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법인세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행정부는 주식과 채권 등 기업이 투자한 자산의 미실현 이익은 과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비용 절감 등 IRA 정책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최저 법인세를 통해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점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조세센터는 IRA를 적용하면 2021년 실적 기준으로 78개 대기업에 총 318억달러의 법인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작년 9월에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제프리 후프스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최저 법인세를 통해 초기에 기대했던 것보다 적은 세수를 확보할 것 같다”며 “내가 본 대부분의 기업 실적보고서는 ‘최저 법인세 적용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실적보고에서 “현재로서는 2022년 법(최저 법인세)의 조항을 준수하는 게 재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노스캐롤라이나대 조사에서는 최저 법인세 적용 대상 기업 중 가장 많은 83억3,000만달러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