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HS 평가서 최하점 받아…뒷좌석 더미 방식 변경탓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미국 안전성 평가에서 망신을 당했다. 새롭게 바뀐 충돌 기준에서 최하점을 받은 것인데 판매 악재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 따르면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 K5는 가장 최근 실시한 중형차 정면 충돌 시험에서 최하위 등급인 ‘P’(Poor)을 받았다. IIHS는 40마일 속력으로 차체 전면의 40%에 달하는 부위를 정면으로 충돌시키는 시험을 실시하는데 해당 기준에서 가장 안 좋은 평가를 기록한 것이다. 등급은 G(Good), A(Acceptable), M(Marginal), P(Poor) 순으로 나뉜다.
두 한국차 브랜드가 고전한 것은 이번에 평가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IIHS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운전석에만 더미(인체 모형)를 놓고 부상 강도를 측정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뒷좌석에 체구가 작은 여성 또는 어린이 체격의 더미를 하나 더 놓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 결과 충돌 시 뒷좌석 탑승객의 안전벨트가 골반 위치를 유지하고 측면 커튼 에어백이 올바르게 작동해야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쏘나타와 K5 등 P를 받은 차량은 뒷좌석 탑승객 안전벨트가 복부로 향해 부상을 유발했고 왼쪽 어깨를 지지해야 할 안전벨트가 목 부위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IIHS는 “뒷좌석 더미 분석 결과, 탑승객이 머리·가슴·목 부위를 다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평가 기준 변경이 낮은 점수의 이유가 될수는 없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의 경우 변화한 기준에서도 선바하는 결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혼다의 어코드가 이번 중형차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G(Good)를 받았다. 이외에 스바루의 아웃백이 A, 닛산 알티마와 도요타의 캠리가 각각 M을 받았다. 모두 현대차·기아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현대차·기아가 바뀐 IIHS 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다섯 차례 진행한 정면충돌 시험에서 현대차 투싼과 팰리세이드, 기아 K3 등이 모두 P를 받았다. 다만 깐깐해진 평가 기준에 최하 등급으로 떨어진 것은 현대차·기아 뿐만은 아니다. 쉐보레 이쿼녹스·콜로라도, 혼다의 CR-V·파일럿, 지프 컴패스·그랜드체로키·글래디에이터, 도요타 타코마 등도 뒷좌석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최하 등급을 받은 이력이 있다.
낮은 평가 기준은 차량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번에 평가 최하점을 받은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 K5는 상반기 각각 2만7,334대와 3만897대가 미국 시장에 팔려나갔는데 하반기 실적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