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고정 금리 7.23%↑, 대출신청 28년래 최저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주택 시장을 흔들고 있다.
2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는 모기지 여파로 모기지 수요가 28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고 주택 판매량도 수요 감소로 떨어지고 있는 데다 주택 구매 수요자의 시장 이탈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모기지 후폭풍이 주택 시장에 거세게 불고 있다.
24일 월스트릿저널(WSJ)은 모기지 국책 업체인 프레디맥을 인용해 이번 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평균 7.23%로 전주 7.09% 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1.68%포인트 상승한 수치고 2년 전 3.0% 미만이었던 시기와 비교하면 2배가 넘을 정도의 급등세다.
WSJ에 따르면 모기지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대신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까지 올린 데다 앞으로 1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모기지 금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기지 금리는 연준 정책금리에 직접 좌우되지는 않지만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최근 들어 국채 수익률이 크게 뛰면서 모기지 금리를 끌어 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모기지 금리의 고공행진으로 당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모기지 수요로 28년 만에 최저리로 떨어졌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주 모기지 신청은 전주 대비 4.2% 하락해 1995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0%나 급감한 것이다.
MBA의 조엘 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유동성 부족과 씨름하는 가운데 경제가 튼튼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강력히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지난주 미 국채 금리가 계속 올랐다”고 모기지 금리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치솟고 있는 모기지 금리는 주택 매매 감소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존 주택 판매량은 전월 대비 2.2% 감소한 407만채(연간 환산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7월 기준으로는 2010년 이후 최소치다. WSJ이 집계한 예상치는 0.2% 감소한 415만채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6% 줄었다.
높은 모기지 금리는 주택 구매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저금리 때 장기 고정 금리로 집을 산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현 고금리 상황에서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주택 매물이 부족해지면서부터다.
부동산 플랫폼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 매물이 전년 동기 대비 9% 넘게 줄었고, 코로나19 확산 이전 통상적 수준보다는 46%나 적었다. 매물 부족으로 주택 구매자 사이에 경쟁이 붙으면서 주택 가격을 끌어 올려 지난달 거래된 전국 기존 주택의 판매 중간 가격은 40만6,700달러로 전년 대비 1.9% 상승했다.
주택 구매 수요자들이 고금리에 높은 집값, 주택 매물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주택 시장에서 발을 빼고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모기지 대출로 수익을 봤던 은행들도 모기지 급등의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올해 1분기 모기지 관련 채권 보유 비율이 전년에 비해 7% 줄였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모기지 관련 장기 채권들을 정리해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고금리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