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달러 인수 ‘피프스 시즌’ 1년반 만에 매각 등 검토
한국 CJ 그룹(회장 이재현)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CJ ENM’이 지난해 거의 8억달러를 투입해 인수한 할리우의 대형 영화 스튜디오인 ‘피프스 시즌’(Fifth Season)을 다시 팔기로 했다.
피프스 시즌의 적자가 확대되고 있고 미국작가협회(WGA)와 배우 등 파업 장기화로 작품 제작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정상화도 쉽지 않자 인수 2년이 안 돼 매각 등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CJ 그룹 차원의 재무 개선을 목표로 피프스 시즌 지분 매각과 신주 발행 등 다각도로 자금 조달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피프스 시즌 지분 매각 등을 염두에 두고 해외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신주 및 채권 발행 등을 포함한 모든 자금 조달 방법을 열어 두고 최대 3억달러를 조달할 방침이다.
다만 피프스 시즌이 적자 상태로 채권 발행은 어려운 만큼 지분 매각과 추가 투자 유치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지난해 초 글로벌 콘텐츠 그룹인 엔데버홀딩스의 자회사인 엔데버콘텐츠 지분 80%를 7억8,538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2018년 CJ제일제당이 미국 식품회사 ‘슈완스’를 약 18억달러에 사들인 후 CJ 그룹 내 최대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됐다.
2017년 설립된 엔데버콘텐츠는 영화와 드라마 기획·제작 및 배급을 총괄하는 대형 스튜디오로 대표 영화작으로 ‘라라 랜드’와 ‘콜미 바이유어 네임’ 등이 있다. CJ 그룹 품에 안긴 후 지난해 9월 사명을 피프스 시즌으로 변경했다.
엔데버그룹이 미국 작가협회와 이해 상충을 이유로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CJ 측이 백기사로 나서 지분 80%를 사들이고 엔데버홀딩스는 소수 지분인 20%만 갖기로 하며 인수가 성사됐다. 특히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이 제작 지원에 나선 영화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CJ의 입지가 할리웃에서 높아진 것이 미국 유명 콘텐츠 회사 인수로 이어져 주목을 받았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피프스 시즌 인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K 콘텐츠’의 역량 강화가 목적”이라며 “이 부회장이 CJ ENM을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J그룹의 야심 찬 투자에도 피프스 시즌은 성과는커녕 손실만 커지며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피프스 시즌은 올해 최대 28편의 작품 제작 및 납품을 목표로 했으나 상반기까지 3편의 작품만을 공급했다. 인수 당시 연간 영화 및 드라마 40편 공급을 목표로 한 것을 고려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이에 피프스 시즌은 지난해 692억원(약 5,212만달러)의 손실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936억원(약 7,049만달러)의 손실을 보면서 적자 폭을 키웠다. CJ 그룹 측의 이번 지분 매각은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ENM의 실적 및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한편 해외에서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CJ ENM은 이달 초 연예 기획사인 빌리프랩 지분 51.5%를 1,470억원(약 1억 1,071만달러)에 하이브에 매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피프스 시즌은 덩치가 크고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는 현재 어렵다”며 “매각 협상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에서 영화관 사업에 진출한 CJ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CJ CGV는 코로나 19 사태 등으로 사업이 위축, 현재 LA와 부에나팍에서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웹사이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영화관은 현재 영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김선영·이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