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보다 용도 변경 많아…LA 다운타운 공실률 29%
최근 한국의 멀티에셋자산운용 등 금융투자 회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 실적을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발 오피스 빌딩 시장의 침체 여파로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한국 주요 증권사 26개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규모는 대략 15조5,000억원으로 이중 오피스 빌딩 비중이 50%로 가장 크다. 나라별로는 미국이 7조2,850억으로 47%로 가장 많다. 미국 오피스 빌딩 임대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재택근무가 확산해 사무용 건물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공실률마저 급등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오피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바다 건너 한국 내 금융투자업계의 손익 악화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여겨졌던 미국 내 오피스 부동산 시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오피스 수요 감소에 신규 오피스 빌딩 신축이 감소하면서 미국 부동산 역사상 처음으로 오피스 공간이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지면서부터다. 여기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는 오피스 빌딩 소유 기업들도 크게 늘어났다.
‘계륵’ 신세로 전락한 오피스 건물들이 아파트 등 주거건물로 재개발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오피스 빌딩의 죽음’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 존스랑라살(JLL)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미국 내에서 신규 건축된 오피스 규모는 500만스퀘어피트인데 반해 철거되거나 용도 변경된 오피스는 이보다 훨씬 넓은 1,470만스퀘어피트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JLL은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오피스 면적 감소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마도 사상 최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JLL에 따르면 미국 내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은 20%에 달하는데, 이는 1930년대 대공항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LA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도 높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보업체 쿠시맨앤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A 한인타운 서쪽 미드윌셔 지역의 6월 공실률은 29%로 LA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LA 다운타운 공실률 역시 26%로, 비어 있는 오피스 빌딩 면적이 2,080만스퀘어피트에 달하고 있다.
오피스 부동산의 침체 현상은 기술 발달에 따른 원격 재택근무 확산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 시행으로 사무실 근무가 크게 감소한 데서 비롯됐다.
각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 복귀 제도를 시행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오피스 빌딩에 대한 수요는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늘어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용난 속에서 기업들은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완전 사무실 복귀 보다는 일주일에 절반만 사무실 근무, 나머지 절반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오피스 빌딩 수요 감소로 디폴트 사태도 확산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크게 올라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새 오피스 빌딩 건축에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은 탓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리얼 에셋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오피스 빌딩의 디폴트 규모가 248억달러에 달해 전 분기에 비해 36%나 증가했다. 앞으로 디폴트에 빠질 위험이 큰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1,620억달러에 달해 중소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세입자나 기업을 구하기 힘든 오피스 건물은 아파트 등 주거용으로 재개발하기도 한다. 온라인 주택정보업체 렌터카페에 따르면 기존 오피스 건물을 아파트로 재개발 건수가 무려 4만5,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