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로 코로나 이후 최고, 크레딧 부채는 첫 1조달러
미국인들의 가계 부채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해진 기한 내 갚지 못한 신용카드 대금과 자동차 대출에 대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부터다.
신용카드 대금과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설 정도여서 고금리,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가계에 또 다른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정보 서비스와 신용평가 기업인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금을 30일 이상 갚지 못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7.2%로 1분기 6.5%에 비해 0.7%포인트 상승했다. 신용카드의 30일 이상 연체율이 7.2%를 보인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분기 연체율을 넘어선 수준이다.
자동차 대출에 대한 연체율도 올랐다. 올해 2분기 자동차 대출에 대한 연체율은 7.3%로 1분기 6.9%에 비해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2분기 자동차 대출 연체율 역시 2019년 2분기 연체율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고금리와 고물가에 미국 소비자들이 처한 부채 증가라는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차 등 자동차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자동차 대출 규모가 늘고 있는 것도 이유로 지적됐다.
신용카드 부채는 가계 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물가에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늘면서 신용카드 부채 규모도 급상승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주에 발표한 가계 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용카드 대금 부채는 전기 대비 4.6%(450억달러) 늘어난 1조300억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신용카드 부채가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서면서 1년 이상 갚지 못하고 있는 신용카드 사용자는 5,400만명에 달해 전체 사용자 중 60%를 차지할 정도다.
자동차 대출 역시 전체 가계 부채에서 2번째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올해 2분기 1조5,800달러를 기록했다.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이 가계 부채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연체율 상승은 가계 부채에 위험 신호인 셈이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내년에도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에 대한 연체율 상승세는 그대로 이어지면서 9%에서 10%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9년 7% 수준에 비해 2~3%포인나 높은 수준이어서 미국인들의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급증할 경우 이같이 높은 부채 규모가 대규모 개인 파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전망의 근거는 미국 경제가 경미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5%대의 실업률을 보일 것이란 가정이다. 하지만 월가의 다른 금융 기업들은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통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