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 폐해 현실화, 신입 훈련에 막대한 비용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원격 수업 등 부실한 학습 환경으로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높은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인디애나주에서 가장 규모 큰 간호학교인 아이비 테크는 지난해부터 고등학교 기초 수학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의 복용 약을 취급해야 하는 간호사들에게 기초 수학은 환자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등록한 조셉 물룸바는 2학년으로 팬데믹 때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그는 “팬데믹만 아니면 고등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며 “대학에 와서 느낀 것은 간호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과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월스트릿저널(WSJ)은 소위 ‘코로나 학번’들이 취업 전선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미국 경제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팬데믹 기간 중 대면 수업이 아닌 비대면 원격 수업 여파로 기본 직무 소양이 부족한 새내기 직장인들이 프로페셔널 직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원격 수업의 폐해가 직장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교육에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은 물론이고 업무 생산성 저하와 직업 윤리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기업들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팬데믹 시기 원격 수업 폐해로 학력 저하 현상은 국가평가시험이나 각종 자격시험의 성적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엔지니어들의 기술자격증 시험인 FE의 경우 팬데믹 기간 중 치러진 시험 성적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10%나 하락했다. FE시험 성적 하락은 현장에서 기본적인 엔지니어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간호대학이나 대학원 입학 시험 점수도 팬데믹 이전에 비해 5%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자격증 시험 합격률도 낮아졌다. 자격증 취득 이전에 병원에 취업한 간호사들이 자격증을 따지 못하면서 병원들은 평균 4만2,000달러를 미자격 간호사들의 급여로 지출하기도 했다.
육해공군의 입대 시험 합격률도 팬데믹 이전에 비해 9% 떨어지면서 모병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군당국은 입대 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 시험 준비 과정을 별도로 신설해 운영에 나서고 있다.
학력 저하 현상은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팬데믹 기간 중에 초중고에 재학했던 학생들은 이전 시기 학생들에 비해 학업 성취가 4개월 정도 뒤쳐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 전역의 4학년, 8학년, 12학년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국교육성취도평가 성적이 19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대학입학을 위한 평가 시험인 ACT 성적도 평균 19.8로 199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한 채 취업에 나서면서 각 기업이나 업주들은 이들을 위한 재교육에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생산성 저하도 피할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학력 저하에 따른 근무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자연히 업무 성과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점은 직업 윤리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근무 시간 동안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동기 부여가 적어지면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상급자의 끊임없는 지시와 감독이 요구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