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코로나 전보다↑, 직원요구 vs 성과 딜레마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전체 직원들에게 현재 근무지가 아닌 큰 도시에 집중된 사무실에 이전 배치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아마존은 소위 ‘메인 허브’에 대한 정의도 없고 이번 조치 사항에 영향을 받는 직원이나 팀 수도 밝히지 않았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이 서로 배우고 협력하는 게 직장 문화와 직원들의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직원들은 이런 회사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재택 근무로 불이익을 받으면 퇴사까지 불사한다는 반응이다.
콜로라도에 본사 둔 인력공급 업체 ‘인제노비스 헬스’를 운영하고 있는 바트 발데즈 CEO는 최근 재택 근무가 직장인의 도리에서 벗어난 근무 형태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1,600명의 직원들이 재택 근무가 유연한 환경을 제공해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부터다. 게다가 재택 근무 옵션으로 신규 인력 채용에도 상당 부분 도움을 받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발데즈 CEO는 “재택근무로 인해 직원 생산성 저하는 없다”며 “현재 직원 중 3분의 1은 사무실 근무를, 3분의1은 재택근무를, 나머지 3분의1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과 인제노비스 헬스의 상황은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고 있는 기업과 업주들에게 펼쳐진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엔데믹 시대 직장인들의 주된 근무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 인력 부족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업과 업주들은 마냥 사무실 복귀만을 요구할 수 없는 처지여서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LA타임스(LAT)는 팬데믹 여파로 도입된 재택 근무가 엔데믹 시대에 들어서도 줄지 않고 늘면서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영리 연구단체인 WFH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내 직장에서 재택 근무로 처리하는 업무량이 2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5%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전체 직장인 중 100%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은 11%이고 31%의 직장인은 사무실 근무와 재택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다. 나머지 직장인들은 사무실 근무를 하고 있다.
LAT에 따르면 기업과 업주들은 직장 문화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정책 결정을 하기 위해서 사무실 복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사무실 근무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주5일을 모두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기업과 업주들 사이에서 사무실 근무 고수보다는 재택이나 하이브리드 근무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레제에 따르면 회사가 재택 근무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은 27%로 사무실 근무를 고수하고 있다고 응답한 15%에 불과했다.
기업과 업주들이 재택 근무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인력난 때문이라고 LAT는 지적했다. 직장인의 80%가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오는 2025년까지도 직장 근무의 주요 형태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