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감소에 가치까지 급락
온라인 업계 거센 도전 직면
지난 6월 미국 최대 샤핑몰 브랜드인 웨스트필드가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자리잡은 샤핑몰을 폐쇄하기로 했다. 5억5,800만달러에 달하는 대출 상환을 중단하면서부터다. 웨스트필드는 “샌프란시스코 도심 지역의 매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고, 입점도 줄고 있으며 유동 인구도 감소해 영업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웨스트필드의 샌프란시스코 매장 폐쇄는 샤핑몰의 가치 폭락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1980년대 샤핑객들의 자동차들로 꽉 차 있던 코네티컷 주 크리스탈 몰의 주차장은 현재 텅 비어 있다. 소유주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받았던 대출 8,100만달러의 상환 대신 샤핑몰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1억5,300만달러까지 치솟았던 크리스탈 몰의 부동산 가치는 지난 6월 현재 950만달러로 쪼그라들면서 차압 경매를 통해 처분됐다. 아마존과 같은 대형 온라인 소매업계의 위세에 눌리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샤핑몰이 옛 위상을 잃고 부동산 가치의 급락과 함께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미국 샤핑몰들이 온라인 소매업계의 거센 도전에 밀리면서 방문객 감소로 부동산 가치가 50~70%까지 급락한 샤핑몰들이 크게 늘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글로벌 경제정보제공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 전역에 있는 샤핑몰의 20%는 대출금 보다 매매 가격이 낮은 이른바 ‘깡통 샤핑몰’이다. 상업용 부동산 정보업체 트렙에 따르면 인디애나주의 먼시 몰의 부동산 가치는 2018년 7,300만달러였지만 올해 3월 600만달러로 감소했는데 갚아야 할 대출금은 3,100만달러로 팔아도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는 깡통 샤핑몰이다. 이같은 깡통 샤핑몰들이 향후 1년 내 상환해야 할 대출금 규모는 14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깡통 샤핑몰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에 지어진 샤핑몰이라고 해서 부동산 가치 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해 2016년 이후 50% 가까이 감소했다고 WSJ은 전했다.
1950년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던 샤핑몰은 2005년 전국에서 1,500여곳 건설되면서 전성기를 받았지만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가치 폭락에 따른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샤핑몰들이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생존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방문객 증가와 매출 상승을 노리고 있는 샤핑몰들도 존재하고 있다. 메릴랜드주의 대형 샤핑몰인 웨스트필드 아나폴리스는 내부에 고양이나 토끼 등 반려 동물들이 머무는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샤핑몰에 ‘미니 동물원’을 만들어 샤핑객들을 끌어 들이려는 의도에서다. 예상은 적중했고 샤핑객의 발길이 10% 가량 늘었다.
스포츠 시설로 샤핑객을 끌어들이는 샤핑몰도 있다. 메사추세츠주의 노스쇼어 몰은 2년 전 수영장과 농구장을 갖추 대규모 스포츠 시설을 만들었다. 이후 샤핑객들이 늘어 2019년에 비해 17% 증가했다. 최근 들어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피클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샤핑몰도 등장했다.
이 같은 생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샤핑몰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상업용 부동산 정보업체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전국 샤핑몰 면적은 지난 1분기에 지난해 4분기 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샤핑몰의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해 온 메이시스와 JC페니, 시어즈와 같은 백화점의 폐장된 매장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875개에 달해 샤핑몰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