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요구 업소 6%→16% 급증, 임금비용 고객에게 떠밀어
미국 일상 생활에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 팁 문화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인 김모씨는 음식값을 포함해 서비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그에 따른 팁 규모도 커져 부담이 된다고 했다. 김씨는 “보통 점심 때에는 음식값에 15% 정도를 팁으로 주고 저녁 식사엔 20% 정도 팁을 낸다”며 “여기에 3~4달러의 발렛비까지 감안하면 부담이 커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키오스크로 주문할 때도 팁 항목을 반드시 거쳐야 해 직원의 눈치를 보게 된다”며 “이럴 땐 ‘팁을 아예 없애 버리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팁 문제는 이제 식당이나 카페, 술집에서 자발적으로 주던 관행을 벗어나 팁 문화가 최근엔 서비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슈헤르자데 레남 국제금융학 교수는 “미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팁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팁 요구 관행이 통제 불능 사태가 되고 있고, 업주들이 직원 급여 지급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팁 폐지론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23일 월스트릿저널(WSJ)은 팁 문화가 식당이나 카페, 술집을 넘어 주스 판매점이나 가전제품 수리업체는 물론 화원까지 서비스 업종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낮은 급여로 직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팁을 급여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급여 관리업체 페이첵스에 따르면 팁이 급여에 포함된 직원 수는 2020년 5월 5.6%에서 올해 5월 6.3%로 증가했다. 집계를 시작한 201년 이후 가장 많은 직원들이 팁을 급여의 일부로 받고 있다는 게 페이첵스의 분석이다.
또 다른 급여 관리업체인 구스토도 중소업체 30만 곳을 분석할 결과 외식업을 제외한 레저 등 서비스업 직원들의 팁 수입은 6월 기준 시간당 평균 1.35달러로 2019년 1.04달러에 비해 약 30%나 늘었다.
팁을 요구하는 중소업체들의 수도 늘어났다. 직원관리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홈베이스에 따르면 조사 대상 517개 중소업체 중 16%가 소비자에게 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9년 6.2%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키오스크처럼 소비자가 직접 주문하고 주문한 것을 받아 오는 카페나 베이커리, 식당에서도 팀 요구 문화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팁 확산은 임금 인상 효과로 이어졌다. WSJ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서비스 임금 노동자의 시급은 평균 16.64달러에 팁은 4.23달러로 팁이 임금을 평균 25% 상승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경제 봉쇄 정책으로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 줄 수 없는 업체들이 팁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팁이 고마움에 대한 감사 표시에서 임금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팁이 부담이 되면서 차라리 없애 버리는 편이 나을 것이란 팁 폐지론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에게 팁을 요구하지 않고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면 결국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이라는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고 업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팁 문화를 급여의 일부분으로 소비자들에게 교묘하게 떠넘기는 업체들의 행태에 대해 기본 임금 인상 없이 팁으로 직원들을 붙들어 두는 것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사루 자야라만 UC버클리대학 식품노동센터 소장은 “업주들이 임금 인상 대신 팁을 사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고객이 팁 주는 것을 중단하면 임금은 줄 것이고 업주는 직원을 잃을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