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전기차 수비리 급증, 2018년 이후 36%나 올라
“전기 픽업트럭 뒤 범퍼 수리비가 다른 차에 비해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충격적인 수리비일 줄은 몰랐다.” 리비안 전기 픽업트럭(RIT)을 타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크리스 압펠스타트의 말이다. 그는 지난 2월 렉서스 차량이 자신의 전기 픽업트럭을 뒤에서 들이 받는 사고를 당했다. 처음엔 파손 정도가 비교적 경미해 보여 렉서스 차량의 보험사는 수리비로 1,600달러를 보상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리비안 공식 수리 센터 3군데에 문의한 결과 픽업트럭 수리비는 4만2,000달러에 달했다. 픽업트럭 구입 가격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압펠스타트는 “수리비가 비싼 이유는 뒤쪽에서 앞쪽으로 이어지는 패널이 손상됐기 때문”이라며 “수리하기 위해 내부 천장과 전면 유리를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해 수리비가 천정부지로 오른 것”이라고 했다.
첨단 장비와 기술이 적용된 신차와 전기차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안전과 주행 편의성이라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문제는 신차와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고장이나 사고 시 부담해야 하는 수리비 역시 급등하면서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첨단 센서와 고가의 부품이 장착된 신차와 전기차 모델을 포함해 더 복잡하고 정교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 등의 판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차량들의 수리비가 일반 개솔린 차량에 비해 상당한 금액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보험 및 수리 관련 정보 제공업체 미첼에 따르면 손상된 자동차를 복원해 새것처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수리비는 2018년 이후 36%나 급등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말 자동차 수리비는 5,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동차 수리비 증가로 보험료도 올라 지난 5월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17%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수리비가 급등한 데는 첨단 장치가 장착되거나 특별한 소재로 만들어진 부품들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행자나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 충돌 시 구겨지거나 변형되도록 만든 소재는 교체가 불가능하다. 범퍼 중 상당수는 내부에 안전 센서가 있어 수리에도 불구하고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저속 충돌 사고라도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
여기에 첨단 장치가 장착된 차량 수리를 전담할 수 있는 숙련공의 수도 제한되어 있다 보니 수리비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특히 전기차는 다른 차종에 비해 수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들어갈 뿐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첼에 따르면 2022년형 전기차는 사고 후 수리 비용으로 평균 6,800달러가 지출된다. 이는 개솔린 차량에 비해 2,400달러가 더 많은 금액이다.
신차와 전기차의 사고 후 수리비 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수리비 증가를 인지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를 더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BMW는 충돌 방향과 강도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센서를 장착해 교체 부품 파악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포드는 딜러가 손상된 배터리 트레이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제너럴모터스도 손상된 배터리 모듈 교체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