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중 주식 비중 70%
안전자산보다 수익 선호
수명 증가에 돈 더 필요
낮은 채권 이자율도 영향
은퇴한 미국 시니어들의 노후 투자가 대담해지고 있다. 젊은 2030세대처럼 위험 자산인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아진 것인데 기대 수명이 늘어난 만큼 미래 대비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야후파이낸스가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55세 이상 투자자들 401(k) 은퇴연금을 조사한 결과 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의 약 70%가 주식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비중이 지난 2011년에는 38%였던 것을 고려하면 거의 두 배나 늘어난 결과다. 이외에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65~69세 고령 투자자들도 자산 포트폴리오의 약 3분의 2를 주식으로만 보유하고 있다. 보통 은퇴 후에는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거시 경제 상황에 따라 자산 가치가 급등락하는 주식을 회피하게 되는데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시니어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기대 수명이 길어진 탓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60세에 은퇴를 하더라도 최소 20년 길어질 경우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은퇴 연령을 미루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자산을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한 63세의 토비 블룸 씨는 “자산의 80%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노후 생활비를 벌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의 변화도 은퇴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최근에는 채권 금리가 올라왔지만 팬데믹 이전에만 하더라도 저금리 환경 속에서 안전자산인 채권의 매력도가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연준이 역대급의 긴축 행보를 시작하기 전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1%가 되지 않았다.
반면 주식은 급등락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이어오고 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는 1982년 이후 연평균 10.1%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처럼 시장이 급락하는 기간 이후에도 올해 상반기 반등세가 나타나는 것처럼 회복 탄력성도 높기 때문에 시니어들은 주식 중장기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한 72세의 웨인 윈퀴스트 씨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현금과 채권은 모두 패자”라며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 시니어들도 은퇴자금을 투자할 때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인들은 안전자산인 예금 선호도가 높은 편인데 최근 양도성 예금증서(CD) 이자율이 하향되는 추세여서 목돈을 투자할 때 주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주식은 거시 경제 상황에 따라 가치가 크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투자 전 충분한 공부와 신중한 판단이 필수적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