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파업에 몸살 앓는 LA
“우리는 현재 상황을 ‘뜨거운 노동 운동의 여름’이라고 부른다. 캘리포니아 어디에서든 불꽃을 일으켜 불을 만들어 파업의 불을 결코 꺼트리지 않을 것이다.” 가주 임금 노동자 210만명을 노조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캘리포니아 노동연맹의 로레나 곤잘레즈가 최근 LA에서 벌이지고 있는 각종 노동 시위와 파업을 두고 한 말이다.
생활 물가의 급등으로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자의 요구가 인건비 등 비용 상승으로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대해 임금 인상 억제를 통한 업주의 경영 안정화 정책이 평행선을 이루면서 LA에서 시위와 파업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노동조합의 단체 협약이 올해가 만료 시점이어서 시위와 파업은 LA의 일상이 될 공산이 크다.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인 비즈니스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LA가 올해 들어 크고 작은 시위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들어서 LA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시위와 파업의 열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헐리웃 극작가 조합의 파업은 2달째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LA항과 롱비치항의 서부항만 노조원들의 태업과 부분 파업이 극적인 잠정 합의로 대규모 파업을 피했다. 지난 봄엔 LA 교육구 소속의 학교버스 기사와 카페테리아 노동자, 교사들이 3일 간에 걸쳐 파업을 벌였다.
지난 2일부터 LA와 오렌지카운티 내 대형 호텔에 근무하는 임금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최대 배송업체인 UPS가 노동자들과 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 가능성이 커져 LA에 또 다른 파업이 예상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파업과 시위도 계속됐다. 지난 5월에는 할리웃 지역에서 일하는 스트립댄서들의 시위에 아마존 운전기사들의 파업, 다저스 구장의 안내 요원과 구장 관리요원들도 파업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빚어졌다.
LA 노동자들의 파업은 가주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호텔 노동자의 파업 장기화에 극작가 조합과 배우 조합의 파업이 더해지면서 관광과 영화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LA와 가주 경제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과거 2007년 극작가 조합의 파업으로 가주 경제가 21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자들이 벌이는 파업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임금 인상이다. LA 호텔 임금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으로 현재 시급 20~25달러에서 5달러를 인상하고 3년 동안 매년 3달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LA를 비롯해 남가주의 살인적인 생활 물가 급등으로 실질 임금이 줄어들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LA 임금 노동자의 60%가 수입의 30% 이상을 렌트비에 지출하고 있어 렌트비 부담 여파로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인상은 내년 선거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가주의 최저임금을 18달러로 인상하는 안이 주민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LA시는 최저임금을 25달러까지 인상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조에 가입하는 임금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가주 전체 임금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10.1%로 최저치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노조 가입율은 16.1%로 2021년 15.9% 보다 늘어났다.
한인 경제계에서도 최근 들어 노조 설립 붐이 조성되고 있다. 겐와 코리안 바비큐에 노조가 설립됐으며 코웨이USA의 직원 중 일부도 노조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국 코리안 바비큐와 한남체인 LA점에선 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