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비 고공행진 속 “그나마 가성비 좋다”
식료품비와 외식비 등 생활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식비에 부담을 느낀 미국인들의 발길이 뷔페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역대급 인플레이션 여파로 지갑이 얇아진 미국인들이 다양한 음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뷔페 식당의 뛰어난 가성비를 재평가하면서 뷔페 식당으로 몰리자 관련 업계가 팬데믹의 부진에서 벗어나 미소를 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 내 뷔페 식당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은 식료품 가격과 외식비가 전반적으로 크게 오른 탓이다.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식료품 가격은 8.4%, 외식비는 8.8%나 상승했다.
생활 물가의 상승으로 미국인들은 가성비 높은 뷔페 식당으로 눈을 돌리면서 뷔페 식당을 찾는 발걸음이 크게 늘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뷔페 식당을 찾은 미국인들은 지난 2021년 1월에 비해 120% 이상 급등했다. 이 기간 일반 식당을 찾은 미국인의 수가 30% 증가한 것에 비하면 뷔페 식당의 상승세는 폭증에 가깝다.
글로벌 통계 웹사이트 스태디스타에 따르면 뷔페 식당들의 매출도 늘어 지난해 5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39억8,000만달러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미국 뷔페가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가성비에 있다. 정해진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뷔페 식당의 장점이다. 미 전역에 36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뷔페 식당 체인인 골든 커랠의 랜스 트레네리 최고경영자(CEO)는 “골든 커랠의 뷔페 가격이 20달러 미만으로 부담 없는 가격에 150가지의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고객이 크게 증가했다”며 “올해 매출이 2020년에 비해 14% 늘어났다”고 했다.
여기에 뷔페 식당이 갖고 있는 미국적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과 풍족한 음식은 부유와 풍요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뷔페 식당의 주 고객층이 베이비부머 세대란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NYT는 뷔페 식당이 다시 뜨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라스베가스를 꼽았다. 벨라지오 호텔은 120가지 음식을 갖추고 있는 뷔페 저녁 식당의 문을 지난달 다시 열었다.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저스 팰리스 호텔은 1,000만 달러를 들여 호텔 내 바카날 뷔페 식당을 리모델링하고 영업에 나서고 있다.
라스베가스 고급 뷔페 식당의 경우 칵테일 음료와 세금이 제외된 뷔페 입장료가 79.99달러로 비싸지만 식당 방문객들이 급증하면서 예약 좌석 잡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2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NYT는 미국 뷔페 식당의 화려한 부활 속에도 팬데믹 이전으로 완전 회복까지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고 전했다. 팬데믹 이전 수준에 75% 정도에 불과한 매출로 손실을 보고 있는 뷔페 식당들이 존재하고 있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라스베가스도 예전엔 18개의 뷔페 식당들이 영업을 했지만 남아 있는 곳은 8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의 뷔페 식당들은 고물가 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해 식자재 구입비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