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등 IT 업종 대규모 감원에 실업률↑
샌프란시스코 금융가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카리나 누에즈씨는 타지역으로 이주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샌프란시코 금융가의 감원에 재택근무로 인해 청소 용역이 현저하게 줄면서 1주일에 600달러 정도 수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누에즈씨는 “몇 년 전에 비해 50% 가까이 급감하면서 수입의 대부분을 렌트비로 쓰고 있다”며 “예전엔 건물에 사람들이 많아 일거리도 많았지만 지금은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한때 잘나가던 빅 테크 기업들로 경제 호황을 누렸던 캘리포니아 경제가 빅 테크 기업들의 침체 속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빅 테크 기업들의 대량 감원 사태로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고 임금 감소가 더해지자 지역 경제에 뿌리 박고 있는 청소업체나 세탁소, 식당 등 소상공인들에게까지 경기 침체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가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가주 경제가 빅 테크의 침체 여파로 홍역을 치르면서 지역 내 소상공인들에게까지 파급 효과가 확산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빅 테크 기업의 경기 침체는 감원 열풍이라 부를 정도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알파벳은 올해 1월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약 1만2,000개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는 지난해 11월 전체 인력의 13%인 1만1,0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한 뒤 올해 3월 감원 대상을 1만 명 늘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전체 인력의 5% 미만인 1만명을 줄일 방침이다.
빅 테크의 감원은 가주의 실업률을 끌어 올리는 동인으로 작용했다. 연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가주의 실업률은 4.5%로 전국에서 2번째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전국 실업률 3.4% 보다 거의 1%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1969년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전국 실업률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주 실업률은 빅 테크 기업들의 감원이 컸다.
임금 하락도 가주 경제에 타격이 가했다. 빅 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 카운티의 경우 지난해 주급이 22.6%나 급감했다. 임금 감소는 빅 테크 기업이 있는 도시에서 어김없이 나타나 시애틀은 5.4%나 줄어들면서 전국 356개 대도시 중 339번째로 머물렀다.
빅 테크 감원 여파는 가주의 일자리 창출을 둔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가주 내 테크 기업과 건설업체들의 일자리가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고, 금융, 무역, 교통 및 물류 부문에서 일자리 수는 지난해에 비해 늘어나지 않은 채 제자리에 머물렀다.
빅 테크 기업의 침체 현상은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소비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가주 지역 내 소상공인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가주정부도 빅 테크 기업의 침체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5월 가주정부는 올해 예산 적자가 32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상치를 내놓았다. 이는 지난 1월 적자 예상치에서 100억달러나 늘어난 적자폭이다. 지난 2년 동안 빅 테크 기업의 호황 속에서 가주정부는 1,020억달러의 흑자 예산을 거뒀다. 불과 2년 만에 흑자 예산에서 적자 예산으로 급반전한 것은 가주정부가 거둬들이는 소득세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1%의 최상위 고소득자들의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