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처럼 급성장 머지 않았다”
액화수소 생산으로 수소의 대용량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수소산업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모빌리티를 시작으로 수소연료전지, 그린수소 생산 등 수소산업 전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수소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을 위한 필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수소경제 규모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0% 이상으로 연간 12조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기업들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유통·운송·활용까지 전 수소밸류체인을 확보하기 위해 조 단위 투자에 나서며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SK·현대차·포스코·롯데·두산 등 주요 5개 회사의 수소산업 투자 금액은 50조 원을 훌쩍 넘는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다. SK그룹은 총 18조5,000억원을 투자해 SK E&S를 중심으로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2026년까지 수소 공급 능력을 연 28만 톤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SK인천석유화학단지에 연 3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완공하고 2026년까지 보령 LNG 터미널 인근 지역에서 블루수소를 연간 25만 톤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는 물론 수소연료전지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능력을 연간 70만 기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수소연료전지 양산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광저우에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생산 기지를 완공했다.
포스코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700만톤의 수소 생산 체계를 구축해 그룹 내 철강과 발전 분야에 필요한 수소 500만톤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외 발전소와 수소충전소, 산업용 등에 필요한 수소 200만톤을 공급하는 등 글로벌 수소 공급망 구축 로드맵을 수립했다.
롯데는 2030년까지 120만톤 규모의 청정수소 생산 등 전 밸류체인 구축에 나섰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합작사를 설립한 에쿼리퀴드코리아와 암모니아 분해 및 액화수소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해상과 육상에서 독자적인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 등은 해상수소 생산 플랫폼, 액화수소 운반선 등을 통해 그린수소를 해상에서 생산·저장하고 육상으로 운송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미국선급협회(ABS)와 드레스덴공대 등 14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음 달부터 대형 액화수소 화물창 기술 공동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다. 한화는 2030년까지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산업의 밸류체인을 완성한다. 한화솔루션이 생산과 보관을 맡고 큐셀 부문이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와 케미칼 부문의 수전해 기술을 연계해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다는 구상이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때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생산한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산업은 당장 수요가 크지 않고 기술 투자의 단계가 많지만 전기차 시장처럼 급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소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래 시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