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공화당 부채상한 증액 합의 배경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6월 5일)을 8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8일 부채한도 상향에 최종 합의했다. AP 통신은 이날 협상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두 사람 간 최종 합의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양측은 민주당과 공화당 내부의 추인 절차를 걸쳐서 의회 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대규모 예산 삭감을 요구해온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발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이 변수로 꼽힌다. 이에 따라 공화당이 다수당인 연방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언론은 전망했다.
▲부채한도 의회승인 받아야 증액
부채한도란 연방 정부가 지닐 수 있는 누적된 빚의 법적인 상한선이다. 미국은 대다수 국가와 달리 연방 정부의 채무 총액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그 한도를 바꾸려면 연방 의회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
부채한도는 필요할 때마다 의회를 거쳐 조정되는데 현재 상한은 31조4,000억달러이다. 연방 정부는 한도 내에서 국채발행 등 방식으로 돈을 빌려 사회보장, 의료보험·보호, 국방 등 공공서비스를 해왔다. 정부는 부채한도에 도달한 상황에서 의회가 상한이 증액되지 않으면 결국 돈을 더 쓸 수 없게 된다.
여야의 이견 때문에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이 불투명해진 게 바로 현재 상황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다음 달 5일에 정부 돈이 바닥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정부의 재정 고갈은 공공서비스 중단뿐만 아니라 정부가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못 갚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즉 국가부도로 직결된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 많기 때문
문제는 부채가 계속 늘어 한도 내에서 서비스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자꾸 닥친다는 점이다.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는 구조에 있다. 정부 수입은 주로 세금에서 나오는 까닭에 행정부의 과세정책이 정부 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아울러 전쟁이나 경제위기, 전염병 대유행처럼 지출이 갑자기 증가할 때도 부채 변동이 심했다.
연방 의회가 정부의 부채상한을 늘린 것은 1960년대 이후 78차례에 달한다.
▲트럼프 이후 부채 급증
최근 10년간 미국 정부는 매년 4,000억∼3조달러 규모 적자를 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대대적 감세안이 시행되면서 그의 재임 기간에만 미 부채는 7조8,000억달러 늘었다.
트럼프 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정부부채는 또 크게 늘었다. 보건과 경제위기에 동시에 대처하는 데 재정지출 확대가 주요 수단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 미국은 이미 올해 2월 31조4,000억달러 규모의 현 부채한도에 도달했다.
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연방 재무부 현금 잔고는 현재 약 495억달러로 이는 전세계 최고 억만장자 24명보다 적은 수준이다.
일례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각각 순자산 1,890억달러, 1,790억달러를 보유한다.
정부에 현금이 쪼들리면 결국 직접적인 타격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연방 정부지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공적인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메디케어로 한 해 예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국방비가 예산의 12% 정도이고 교육, 직업훈련, 퇴역군인 수당 등이 그 뒤를 따른다.
▲디폴트 땐 글로벌 ‘재앙’
글로벌 경제 중심에 있는 미국이 디폴트로 국가부도 사태를 맞으면 미국은 재앙을 맞이하고 글로벌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옐런 재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정부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 미국인 가계, 글로벌 금융시장에 회복할 수 없는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달러화 신뢰 추락으로 경기침체(국내총생산의 지속적 감소)에 빠질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 공무원 휴직을 넘어 수많은 실업자가 터져 나오고 주택시장도 망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같은 충격파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전파돼 글로벌 금융시장도 불안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