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 파운드당 1.50달러↓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고 있다. 육류 등 모든 식품들이 오르는 상황에서 주요 소비 목록인 돼지고기 가격 인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반면 미국 양돈업계는 손실이 급등하고 있다며 울상이다.
지난 4월 기준으로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파운드당 1.50달러 이하로 하락했다. 돼지고기 소매 가격은 지난해 들어서면서 파운드당 5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 여파로 소매 가격 하락도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로 수퍼마켓 등에서 돼지고기 소매 가격은 이미 낮아지고 있다.
26일 월스트릿저널(WSJ)은 최근 몇 년 사이 거침없이 성장한 양돈 농가와 육가공업체의 폭풍 성장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고 전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고 미국 내 돼지고기 수요마저 감소하자 비용 증가에 돼지고기 공급 과잉으로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양돈 농가와 육가공업체들의 손실이 커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540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급성장한 양돈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진 데는 돼지고기 공급 과잉이라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돼지고기 물량 공급이 과잉으로 치달은 것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의 수출길이 막힌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대중 돼지고기 수출은 크게 늘어 2020년에는 73억 파운드까지 달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전쟁이 불거지면서 돼지고기의 중국 수출은 급감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0%까지 급감했다. 여기에 미국 내 돼지고기 수요도 정체되면서 돼지고기 공급 과잉 현상이 본격화했다.
가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명 ‘동물복지법’인 주민발의안 12로 인해 양돈업계의 사육비 부담도 커졌다. 주민발의안 12는 돼지 1마리당 24스퀘이피트의 최소 사육 면적을 규정하고 있어 기존에 비해 10스퀘어피트가 늘어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결국 수요는 줄고 비용은 늘어난 반면에 공급 과잉으로 돼지고기 도매 가격이 떨어지면서 양돈업계의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돼지고기 공급 과잉은 육가공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내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인 스미스필드 푸드를 거느린 만주국제(WH그룹)은 올해 1분기 미국과 멕시코 내 돼지고기 가공 분야에서만 2억1,800만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5,000만달러의 순익에서 급반전이다.
스미스필드 푸드는 미국 내 암퇘지 사육 농장 36곳을 폐쇄할 예정이다. JBS 역시 올해 1분기 동안 돼지고기 판매량이 81%나 급감했다. 타이슨 푸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올해 1분기 돼지고기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9% 줄어든 14억달러에 그치면서 3,300만달러의 손실을 보였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