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2억달러 손실
주가 폭락·뱅크런 발생
공매도 투기세력 우려
감독국 개입여부 관심
지난 1일 샌프란시스코에 본점을 둔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FRB) 파산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 가운데 이번에는 베벌리힐스에 본점을 둔 퍼시픽 웨스턴 뱅크(PWB·팩웨스트)가
다음 파산 은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적 악화→주가폭락→뱅크런→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퍼스트 리퍼블릭 파산의 점철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팩웨스트의 위기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실적 발표로 시작됐다.
퍼시픽 웨스턴 뱅크의 지주사인 팩웨스트 뱅콥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분기별 손실이 무려 12억1,000만달러(주당 10.22달러)라고 발표했다. 부실 대출과 비용 증대 등 전 부분에서 부진한 실적에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올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예금고가 50억 달러나 감소하는 등‘ 뱅크런’이 현실화됐다.
이같은 악재들이 겹치며 팩웨스트의 주가(심벌: PACW)는 4일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무려 50.62%(3.25달러)나 폭락한 3.17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 때 2.4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로써 팩웨스트 주가는 1년 전인 34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팩웨스트의 4일 주가 하락은 전날인 3일 회사가 전략적인 선택 방안으로 매각 가능성과 자본금 확충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영향이 컸다. 이후 팩웨스트는 성명을 통해 여러 잠재적인 투자자 및 파트너와 여전히 논의 중이며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50%대 주가 급락은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도 밟았던 점철이다. 퍼스트 리퍼블릭도 뱅크런과 주가 폭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결국 감독국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개입하며 JP 모건 체이스에 강제 매각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주로 영업하는 퍼시픽 웨스턴 뱅크는 약 70개의 점포를 갖고 있으며 직원 2,327명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은 443억달러, 예금고 285억달러, 대출 285억달러로 줄었다. 자산 2,000 억달러 규모의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보다는 훨씬 작지만 한 때 이스트 웨스트 뱅크, 시티내셔널 뱅크와 LA카운티 1위 은행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중형 은행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역 중형은행들이 금리 상승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에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KBW의 톰 미쇼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뱅크가 36시간 만에 예금의 75%를 잃었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매우 긴장하는 것 같다”며 “세상에 그런 것을 버틸 수 있는 은행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연방 및 주 감독 당국이 최근 은행 주가의 큰 변동성 뒤에 있는 ‘시장 조작’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 소식통은“ 최근의 주가 변동은 많은 지역은행이 안정적인 예금과 충분한 자본 등 건전한 펀더멘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 분석업체 오르텍스에 따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특정 지역은행들의 주가 하락에 대한 베팅으로 3억7,890만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나중에 더 낮은 가격에 해당 주식을 매수하고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매매 기법으로,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