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발 소비패턴 변화, 덜 사고 싼 아이템 발품
장기간 인플레이션 여파로 가파르게 오른 생활 물가로 인해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펩시코는 최근 분기에 음료 부문을 제외하고 판매량은 2%나 줄었음에도 영업 이익은 18%나 급등했다. 제품의 판매 가격을 16%나 올린 덕분이다. 이에 따라 펩시코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을 기존 6%에서 8%로 상향 조정했다.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도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2.6% 증가했고, 순이익은 18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63%나 급등했다. 이 역시 주문량이나 주문 품목은 줄었지만 전략 판매 메뉴 가격을 인상한 것에 따른 결과다.
이에 반해 한인을 비롯한 미국 소비자들은 생활 물가 상승하자 과소비 자제와 함께 구매 효율성을 높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매는 소비로 맞서고 있다. 한인 박모씨는 “보관해도 상하지 않은 식자재와 냉동 식품 위주로 장을 보고 있다”며 “최근 급등한 한국 과자는 당분간 사 먹지 않으려고 마켓에서 눈길도 두지 않는다”고 했다. 한정된 수입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생활 물가를 견뎌내려면 과거처럼 과소비를 조장하는 소비 습관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씨는 “세상의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거처럼 생각없이 물건을 사는 소비 습관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물가 시대에 씀씀이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살아 나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식품 관련 기업과 패스트푸드 체인점 등 주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데 비해 소비자들은 과소비를 억제하고 가격이 싼 대체 상품 구매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매는 씀씀이 변화로 가격 인상에 대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품 관련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생존 전략으로 선택한 것은 가격 인상이다. 펩시코 이외에도 네스프레소와 네스퀵, 페리에 등 다양한 커피·음료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네슬레는 지난 분기에 제품 가격을 9.8%나 올렸다. 네슬레는 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0.5%라는 소폭 하락으로 선방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2.6%의 매출 하락 폭에서 크게 개선된 수지다. 코카콜라도 지난 분기 가격 인상으로 순이익이 31억달러로 12%나 상승했다.
가격 인상 전략은 패스트푸드 체인점도 마찬가지여서 치폴레는 지난 분기에 평균 메뉴 가격을 10% 인상한 덕분에 84%의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식품과 음식 가격을 비롯한 생활 물가 상승에 한인을 비롯한 미국 내 소비자들은 과소비를 억제하는 소비 패턴으로 구매 습관을 바꾸어 대처하고 있다. 일종의 가격 인상에 대한 ‘생존 저항’인 셈이다.
여기엔 한인 소비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이 선호하던 브랜드 제품 대신 싼 가격의 다른 브랜드를 구입하는 이른바 대체 상품 구매 변화다. 과자, 소주, 아이스크림, 라면, 커피 등 기호식품 구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인 이모씨는 “한국 소주값이 4~5달러로 오르면서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가격이 싼 브랜드 소주로 구입하고 있다”며 “장을 보더라도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던 예전과는 달리 그때 그때 먹을 것만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싼 마켓을 찾아 발품을 파는 한인 소비자들도 부쩍 늘었다. 그러다 보니 주말 장보기는 3~4개 마켓을 순회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류 마켓 방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인 주부인 장모씨는 “계란과 우유값이 상대적으로 싸서 가기 시작했던 미국 마켓은 주말이면 필수 장보기 코스가 되어 버렸다”며 “조금이라도 아껴야 오르지 않는 월급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