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급등·150만대 돌파, 개스비 절약·관리비 낮아
한인 박모씨는 세컨드 카(second car)로 전기차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아내의 생일 선물이기도 했지만 높은 개스비 가격에 따른 부담도 덜 수 있고 자동차 관리비도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전기차를 구입하면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도 박씨의 전기차 구입 선택의 또 다른 이유다. 박씨는 “차를 갖게 되면 개스비에 이것저것 유지 관리비가 만만치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차가 대안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테슬라가 차값을 인하하고 있는데 이참에 정부 보조금도 받으면서 전기차를 구입하는 게 경제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EV)나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에 나서는 한인과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주에서 전기차 누적 판매가 150만대를 돌파했다. 가주의 높은 개스비에 유지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은 일반 차량에 비해 전기차가 경제성이 높은 데다 구입시 정부 보조금이라는 혜택까지 주어진 탓이다. 그러나 가주 자동차 판매 시장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는 전기차이지만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이 커 구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현실과 부족한 전기충전소는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다.
25일 LA타임스(LAT)는 가주에너지위원회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까지 가주에서 판매 보급된 전기차 규모는 152만대로 오는 2025년 판매 목표지인 150만대를 훨씬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수치에는 순수 전기차를 포함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모두 포함된 것이다.
LAT는 목표치를 2년 앞서 달성할 만큼 가주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등한 시기는 2021년부터 시작해 올해1분기까지다. 이 시기에 판매된 전기차는 72만150대로 전체 전기차 판매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자동차 판매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가 급등한 원인으로 115개에 달하는 다양한 모델이 출시된 데다 정부의 구매 보조금 지급, 전기충전소의 확충 등이 꼽혔다. 무엇보다 전기차 구입을 촉진한 것은 가주의 높은 개솔린 가격이다. 특히 지난해 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개솔린 가격 부담에 전기차에 구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차량 관리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것도 고물가에 따른 생활비 부담에 고통을 겪고 있던 가주민들에겐 전기차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는 올해 전기차 판매 규모에 잘 드러나 있다. 올해 1분기 가주에서 판매된 자량 중 전기차 판매 비율은 21%에 달한다. 이에 비해 미 전역에서 판매된 차량 중 전기차 비율은 불과 5.6%에 불과한 수준이다. 가주민의 전기차 선호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가주 정부도 전기차 보급에 50억달러 예산을 투입해 전기차 차량 확산에 전력하고 있다. 가주대기환경국이 설정한 전기차 보급 목표는 오는 2026년 출고된 신차의 26%를 전기차로 채우고 이를 매년 늘려 2030년에는 신차의 68%, 2035년엔 신차의 100%를 전기차로 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 같은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비싼 가격은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벽이다.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신규 전기차의 평균 판매가는 6만1,000달러로 일반 자동차 평균보다 약 1만2,000달러 비싸다.
빈약한 전기충전소도 전기차 확산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가주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가주 내 전기충전소를 25만개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현재 8만7,707개 그쳐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