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 초거대 AI의 현황과 과제
정보기술(IT) 벤처인 티비허브의 이동복 대표는 시장조사 차원에서 챗GPT를 많이 활용한다. 챗GPT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글을 통해 질문이 들어오면 신속히 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다. 미국의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였다. 이 대표는“챗GPT를 활용하니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외 기업들을 비롯해 학교와 연구소, 공공 기관 등에서 챗GPT 활용이 크게 늘고 있다. 그만큼 주요 국가들과 빅테크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AI 발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미래 챗GPT 등 초거대 AI는 텍스트·음성·영상을 동시에 생성하는 복합 AI로 진화할 것”이라며“막대한 비용이 드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문제가 되는 초거대 AI의 편향성·윤리성, 저작권 이슈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빅데이터 활성화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김재수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초거대 AI의 성능은 데이터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며“고품질 데이터를 교육·의료 등에 접목해 혁신하는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빅데이터 활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달 새로 나온 GPT-4는 첫 모델(GPT-3.5)보다 언어와 기억 능력이 월등하다. 한국어·이탈리어 등 26개 언어가 추가됐다. 비영어의 성능도 GPT-3.5의 영어 성능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억 능력도 8배나 향상돼 최대 6만 4000단어까지 처리한다. 맥락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GPT-4는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를 기록했다. GPT-3.5가 하위 10%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GPT-4는 이미지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어린이가 줄에 매단 풍선을 든 그림을 보여준 뒤 ‘줄을 끊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물으면 “하늘로 날아갈 것”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무료인 GPT-3.5에 비해 GPT-4는 유료화됐다.
반병현 상상텃밭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챗GPT가 형량과 대처 방법까지 알려주고, e메일·보고서·파워포인트를 뚝딱 써주고, 디자인·엑셀 기능까지 자동으로 해준다”며 “챗GPT 기반의 카톡 서비스가 나오면 많은 사람이 AI를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려고 해 자칫 인간관계가 희석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종영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 교수(AI양재허브 센터장)는 “챗GPT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굉장히 다양하다. AI 서비스와 제품의 한계를 생성형 AI가 극복하고 있다”며 “과거 AI는 ‘아기공룡 둘리’같이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챗GPT는 거대 공룡급으로 AI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챗GPT 등 초거대 AI가 미래에는 인간과 상호 교감하며 소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창의적인 AI로 거듭날 것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미래에는 챗GPT가 인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진화해 인간과 AI 간 소통에서 몰입감이 커질 것”이라며 “AI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가 결합한 가상 디지털 인간이 나와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챗GPT가 10여 년 뒤 5~10단계로 발전하면 인간과 AI 간 구분이 모호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급격한 AI의 발전과 데이터 기술의 활용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다양한 산업의 대격변을 예고한다”며 민관의 총체적 역량 결집을 촉구했다.
챗GPT 등 초거대 AI는 데이터 요약과 분석, 회의록·보고서 작성, 광고 등 콘텐츠 제작, 그래픽 제작, 음성 응답 서비스 등 고객 지원까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학생의 숙제 해결, 일반인들의 여행·운동 계획 수립, 요리법 참고 등에도 유용하다. 심지어 “DNN 코딩해줘” “강화 학습 코딩해줘”라고 주문하면 코딩을 해주기도 한다. 오픈AI 측은 챗GPT 한국 사용자가 220만 명이라고 밝혔다. 오픈AI 측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동 연구팀의 분석 결과 GPT-4와 앞으로 출시될 소프트웨어 도구들이 전체 일자리의 19%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중 최소 절반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위험한 직종은 작가, 웹·디지털 디자이너, 정량적 재무분석가 등으로 드러났다. 물론 빅데이터, AI 개발, AI 활용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는 고급 일자리가 늘 것으로 보인다. 반 CTO는 “GPT-4 등 초거대 AI의 영향력이 커 노동시장에서 매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ABC방송 인터뷰에서 AI 기술의 일자리 감축과 허위 정보 확산 우려 등과 관련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약간 무서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한 행사에서 “GPT-5를 개발하고 있지 않지만 GPT-4 기능을 더 확장할 것”이라며 “AI 기술과 제품 안전성도 더 깊게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말로는 AI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기술 개발과 생태계 확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를 자사의 검색엔진인 ‘빙(BING)’에 장착하고 소프트웨어들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비서인 ‘코파일럿’을 웹브라우저 ‘엣지’에 추가했다. 코파일럿을 파워포인트와 결합하면 발표 자료를 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구글도 ‘바드’라는 초거대 AI를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 역시 최근 생성형 AI 회사인 엑스닷에이아이(X.AI)를 창업했다.
국내 기업 또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의 ‘민달리’와 ‘KoGPT’, LG의 ‘엑사원’, SK텔레콤의 ‘에이닷’ 등을 들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자체 초거대 AI 기술을 가진 나라는 현재 미국·중국·이스라엘·한국 등 4개 국에 그친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챗GPT와 코파일럿을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장착하면 지능이 폭발적으로 향상된다”며 “현재 AI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뒤처지면 앞으로 영원히 따라잡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챗GPT 등 초거대 AI는 틀린 답변을 맞는 말처럼 제시할 수 있다. 기자가 챗GPT-3.5에게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신문 칼럼을 쓸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우수 사례로 든 국내 과학기술인 중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고 잘못 답변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학습 데이터에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GPT-4에서는 잘못된 답을 내놓는 빈도수가 많이 줄었다.
데이터 저작권 논란도 제기된다. 원데이터는 물론 AI가 생성한 텍스트가 모두 해당한다. 챗GPT를 활용해 숙제나 논문을 쓸 때 자칫 표절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김형준 전자정보통신연구원(ETRI) 연구위원은 “개인 정보 침해, 디지털 격차,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사회적 논의와 법제화 노력을 주문했다. 금오공대 총장 출신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AI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관한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법·윤리,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로스앤젤레스 고광본 선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