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등 일부 하락에도 외식·전력·주거비용 급등
한인타운 내 직장에 근무하는 한인 박모씨는 직장 동료와 함께 점심 식사를 위해 사무실 인근에 있는 설렁탕 전문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고 내심 놀랐다고 했다. 고물가 시대라고 해서 어느 정도 가격 부담은 예상했지만 설렁탕 한 그릇 가격이 17달러는 예상 보다 높은 가격이었다. 여기에 동료 식비와 세금에 팁까지 더해 보니 설렁탕 한 그릇의 소박한 점심 식사값이 50달러 가까이 나오는 것은 박씨에겐 예상 밖의 부담이었던 것이다.
박씨는 “신문 방송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잡혀가면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 인플레이션은 진행 중”이라며 “내 월급은 제자리여서 그런지 몰라도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한인을 비롯한 전국 소비자들은 고물가 체감 경기에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가격이 내린 품목들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 오른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품목들도 다수여서 서민들의 얇아진 가계 지갑에 부담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 등락 품목들의 혼재 속에 물가 하락세가 체감 경기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고물가를 의식해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 12일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0% 올라 전월인 2월에 비해 1.0%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CPI는 9개월 연속 둔화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WP는 가격이 떨어진 품목들이 있는가 하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품목들이 혼재해 있는 상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식품류의 전반적인 가격은 전월에 비해 0.3% 떨어졌다. 소고기 가격은 0.3%, 우유 1%, 과일과 야채류 1.3% 각각 감소했고 계란의 경우 11% 가까이 급락했다. 이에 반해 음식값은 전년에 비해 8%나 올랐고, 외식비 9%나 상승했다. 전력 요금은 10.2%, 주거 관련 비용도 8%나 올라 있는 상태다.
물가 등락 품목들이 혼재해 있다 보니 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것이지 물가가 과거에 비해 오른 것 틀림없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것이다. 소비자들의 물가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개스값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전국 개스 평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12월 3달러로 하락하다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3.60달러를 나타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개스 가격이 또 다시 오를 것이라는 우려를 마음 속에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 밥상을 준비하고 생활해야 하는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좀 더 저렴한 마켓을 찾아 샤핑에 나서는 등 소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 이는 3월 소매 판매가 전월보다 1.0% 감소하면서 지난 5개월 간 4번째 전월 대비 감소를 기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식당을 비롯한 자영업자들도 각종 식자재 비용과 부대 비용이 증가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식당들은 가격이 계속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있다며 울쌍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