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포함 팁 청구 ‘갈등’ 전자결제 시스템 도입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김모씨는 최근 오랜만에 외식을 위해 한식당을 찾았다가 팁 문제로 언쟁을 벌였다. 4명이 모여서 식사를 한 뒤 받아든 계산서에 식당 측에서 4명 이상은 무조건 18%의 팁을 붙인다며 영수증에 팁이 미리 포함이 돼 나온 것이다.
특히 김씨는 영수증을 자세히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18%의 팁 액수 계산이 판매세(세일즈 택스)가 붙기 전의 음식 값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판매세가 붙은 액수를 기준으로 식당 측에서 팁 액수를 정해버린 것이다.
김씨는 “팁의 기준이 세금을 뺀 음식 값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의 생각과 관계없이 팁을 강요당하는 것 같아 황당하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이후 다른 한인 식당에 갈 때 마다 이 부분을 확인하고 있는데 모든 한인 식당들이 판매세를 포함한 액수로 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아직도 대다수 한인 식당들이 세금을 포함하는 액수로 팁을 계산하고 요구하면서 고객들과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LA 카운티 판매세가 10.25%로 오른 상황에서 많은 한인 식당들이 팁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세금액수 만큼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시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한 주류사회의 해석은 명확하다.
물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팁을 세전 또는 세후 액수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법적 규정은 없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과 소비자 매체 ‘레딧‘(Reddit)과 ’어센틱‘(Authentik) 등은 “식당 팁은 고객이 종업원부터 받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주는 것”이라며 “당연히 음식값 부문만 팁을 주는 것이 맞으며 세금에 팁을 부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한인 식당업주는 “몇몇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팁 기준을 세전 액수로 바꾸었다”며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한인업주들이 세금을 포함하는 액수로 팁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반면 대다수 미국 식당들은 세전 액수로 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식당과 카페들이 주문한 후 바로 결제를 해야 하는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한인들은 액수나 팁이 제대로 계산됐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계산하고 팁을 내도록 강요받아 압박감과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한인들에 따르면 대다수 한인업소들의 전자결제 시스템의 경우도 세금까지 포함하는 액수를 기준으로 팁을 요구하고 있다.
CBS-TV 등 주류 언론들도 최근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식당 가격도 많이 오른 상황에서 팁과 발렛비용 등 외식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팁도 예전에는 15~18%가 적정선이었으나 요즘 식당들은 18%, 20%, 심지어 25%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인 김모씨는 “우리같은 일반 서민들의 수입은 고정됐는데 모든 생활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너무 비싸진 외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류 언론들도 치솟은 음식값과 판매세에 주차·발렛 비용까지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아예 외식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 한인 식당 업주는 “인건비와 재료비 등 오른 경비로 인해 가격을 올리긴 했지만 이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는 것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며 “특히 예전에 비해 저녁이나 주말에 가족 단위로 오는 고객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팁에 대한 혼란이 늘면서 요즘 많은 한인들은 팁을 계산해주는 앱까지 설치해 애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애플 스토어에서 ‘Tip App’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무료 제품 중 선택할 수 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