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미 경기 전망
정책 목표(2%)의 두 배가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둘러싸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용경색과 경기 둔화가 생각보다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직 연준 내 소수의 목소리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는 맥이 통하는 시각이다.
이 와중에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라며 연준 일각과 IMF의 분석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시장과 연준, 조 바이든 행정부, IMF 등 주요 경제주체들의 전망이 다각도로 엇갈리면서 미국 경제가 점점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11일(현지 시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지역 경제클럽 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올바르게 펼치려면 금융 스트레스가 실물경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는 신중함과 인내가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과 신용여건 긴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의 조합은 통화정책만 단독으로 작용할 때와 달리 특정 부문이나 지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폭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을 피했지만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시각을 담고 있다. 굴즈비 총재는 그러면서 “금융 역풍이 어디로 향할지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이라며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데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준 내 다수는 굴즈비 총재와 달리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쪽이다. 연준 내 3인자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리고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합리적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선물시장은 5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확률을 69.5%로, 동결 확률은 30.5%로 보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앞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논쟁의 핵심은 금융권 불안이 경제를 위축시킬지다. 굴즈비 총재는 “위기 수준으로 가지 않는 금융 스트레스라도 신용 하락을 유발해 실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시대, 여러 국가에서 가득하다”며 신용경색 리스크에 가중치를 뒀다. 반면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날 별도의 연설에서 “금융 안정이 회복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가 있다”며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지표상으로는 신용 공급은 줄고 있다. 이날 전미자영업협회(NFIB)가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소규모 기업 중 3개월 전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9%로 이는 2012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연준은 3월 마지막 2주 동안 은행 대출이 1050억 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준 데이터가 발표된 197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자금 공급 감소다.
IMF가 이날 글로벌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12개월 동안의 급격한 통화 긴축이 금융 부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경착륙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옐런 장관은 정면 반박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신용 위축을 암시하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미국 경제는 분명 예외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세계 경제와 관련해서도 “비관론을 과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망이 상당히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