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등 7개주 4천만명 식수원 활용
콜로라도강 가뭄에 수위 최저치
연방정부, 각 주에 사용제한 예고
‘마르지 않는 샘’ 같은 건 이제 없다. 강줄기가 마르면서 정부가 사용량을 할당해 주는 대로 지역별로 강물을 나눠 써야 한다. 콜로라도강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구 온도를 끌어올린 인간이 치러야 할 가혹한 형벌이다.
20년 가뭄이 덮친 미국의 ‘생명줄’
11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콜로라도강을 수자원으로 쓰는 7개 주(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콜로라도, 뉴멕시코, 유타, 와이오밍)의 강물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1년간 콜로라도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에 대해 각 주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자 연방정부가 나서 강물 사용량을 강제 지정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서 멕시코까지 2,334㎞에 걸쳐 흐르는 콜로라도강은 7개 주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4,000만 명의 상수원이자 2,428헥타르(735만 평)에 달하는 농지의 용수 공급원이면서 수력 발전소를 돌리는 에너지원으로도 쓰인다.
2000년 이후 20년 넘게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콜로라도강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수위가 낮아졌다. 강 중류에 있는 후버댐의 인공호수 미드호는 지난해 1930년 댐 건설 이후 최저 수위(317미터)를 찍었다.
11일 미 네바다주 볼더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앞둔 연방정부 관계자들 뒤로 수위가 낮아진 미드호수가 보인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강물 할당’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콜로라도강에서 가장 많은 물을 끌어다 쓰는 최대 농업지역 캘리포니아에 ①물 사용 우선권을 주는 것과 ②우선권을 주지 않고 각 주에 사용량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①의 경우 캘리포니아 물 사정은 나아지겠지만, 나머지 지역은 사용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②의 경우 캘리포니아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는 자체 물 감축안(현재 물 사용량의 20%를 감축)보다 심한 물 절약을 강요당하면 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다. 캘리포니아의 농작물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데, 이는 세계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두 시나리오에 대한 각 주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올여름 대책을 최종 결정한다. 미국은 2024년까지 전국적으로 최소 200만 에이커 피트에 달하는 물 절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에이커 피트는 미국의 2, 3가구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주 정부의 물 사용을 강제로 제한하는 건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부담이다. 역사상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 정부와 각을 세우면 악재가 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각 주 정부에 자체적인 물 사용 제한 조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주 정부들은 양보하지 않았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 사이 갈등 자체가 20년 가뭄에 시달린 미국의 고통스러운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가 ‘양자택일’이란 정면돌파를 선택한 건 물 사정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온난화와 가뭄 탓에 ‘죽은 웅덩이’가 될 위기에 처한 콜로라도강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연방정부 내무부 산하 간척국의 카밀 칼림 국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강 수위는 계속 감소하고 당장 4,000만 명의 물 공급이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