홰 주변 토사물 60%서 플라스틱 검출…대부분 식당서 나온 것
도시 주변에 서식하는 독수리들이 식당에서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며 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지리·지구과학과 부교수 새러 가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독수리가 앉는 홰 아래서 채취한 토사물을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생태 및 진화 프런티어스'(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인구 290만 대도시 샬럿 주변에서 약 20∼500마리씩 모여있는 검은대머리독수리(Coragyps atratus)와 터키콘도르(Cathartes aura)의 홰 주변에서 이들이 소화하지 못하고 토한 토사물 덩어리를 수거해 분석했다.
총 1천87개 토사물 중 60%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전체 질량에서 약 2.7%를 차지했다.
토사물에서는 플라스틱 이외에 돌과 동물 잔해, 금속, 섬유, 종이, 나무 등이 발견됐다.
'푸리에 전환 적외선(FTIR) 분광법'을 활용해 플라스틱의 종류를 분석한 결과, 실리콘 고무(7.5%)와 고밀도 폴리에틸렌(7.0%), 일반 폴리에틸렌(6.4%) 등이 가장 흔했다.
연구팀은 토사물 덩어리 내 플라스틱의 양과 홰에서 짧게는 400m부터 길게는 20㎞까지 거리 별로 네 가지 개발 척도와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푸드트럭에서 식당, 슈퍼마켓 등에 이르는 음식점 밀집도, 가축과 사냥감 사육업체 밀집도, 가까운 쓰레기 매립지와의 거리, 도심 개발량 등이 포함됐다.
통계분석 결과, 20㎞ 이내에서 도심개발이 증가하고 음식점 밀도가 높아지면서 플라스틱을 함유한 토사물 덩어리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 결과와 직접 관찰을 통해 검은대머리독수리가 주로 음식점 쓰레기통을 뒤져 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제시했다.
논문 제1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한나 파트리지는 "검은대머리독수리가 패스트푸드 음식점 주변의 전신주 주변에서 밤을 보낸 뒤 아침에 쓰레기통으로 직접 날아들었다"면서 "농촌지역과 자연이 제공하는 먹이를 선호하는 터키콘도르는 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독수리가 죽은 동물에서 섭취해 온 뼛조각이라고 생각해 플라스틱을 먹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호기심이 많고 늘 새로운 먹이원을 찾다보니 플라스틱도 먹이라고 생각해 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의 털과 같은 소화할 수 없는 내용물을 토해내기 위해 플라스틱을 의도적으로 먹었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가네 부교수는 "식당 등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독수리가 뚜껑을 열 수 없는 통에 담아 버려야 한다"면서 "독수리와 다른 동물에게 해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쪽으로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