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이민자 과밀 수용
사상자 60여 명을 낸 멕시코 국경 이민자 수용소 화재 참사를 통해 미국에의 불법 이주를 억제하려던 미국과 멕시코 간 어두운 협력 관계가 다시금 드러났다고 AFP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텍사스주 엘패소와 인접한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후아레스 이민청 내 이민자 수용소에서는 지난달 27일 발생한 화재로 최소 39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이 수용소는 당시 과테말라, 온두라스,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 출신 이민자 66명을 수용하고 있었다.
이곳에 갇혔던 이민자 수는 멕시코가 그간 구금하고 추방했던 이민자 수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멕시코 이민국은 2022년 한 해에만 이민자 최소 28만1,149명을 과밀 구금하고 아동을 포함한 이민자 9만8,299명을 추방했다고 국제앰네스티(AI)는 이번 주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 같은 엄정 대응은 미국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멕시코가 적극 협력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불법 입국자를 난민 심사 없이 즉각 추방토록 허용한 정책인 ‘타이틀 42’를 시행하고 있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도입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이 정책 확대 방침을 밝혔다. 국경을 넘지 못한 이민자 다수는 주로 멕시코 육로를 통해 추방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지난해 1∼11월 사이 멕시코에 등록된 비정규 이민자 수는 총 38만8,000 명 이상으로, 이는 2021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이민청 화재 사건을 통해 미국이 멕시코에 이주민 억제 문제를 ‘아웃소싱’ 한 것이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초래했는지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민 전문가 유니스 렌돈도 멕시코가 미국의 ‘더러운 일’을 맡아서 처리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 참사는 미국의 이민자 대응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 밖으로 분출된 결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