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 리서치 센터 전 세계 종교 트렌드 보고서
전 세계 종교 지형이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독교 복음을 처음 받아들인 유럽과 미주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기독교인 감소 현상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이들 국가의 무종교인이 급증하며 종교를 중시하지 않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무슬림 인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들에게 종교가 매우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종교 트렌드를 살펴봤다.
◇ 미국 종교 활동 인구 감소세
미국 내 종교인 감소 추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기독교인 감소추세가 뚜렷이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인구는 해마다 감소세지만 무종교인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됐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종교인 감소세와 함께 종교 활동 인구도 동반 감소 중이다. 종교 행사 참석 횟수, 기도 횟수, 종교의 중요성 등을 묻는 조사에서 미국인의 종교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서유럽에서는 이미 이 같은 현상이 미국에 앞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경제 선진국인 호주와 뉴질랜드 등의 국가도 현재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 선진국일수록 종교 중요성 낮게 여겨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일수록 종교인 감소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일수록 국민들이 종교의 중요성을 낮게 여기는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국가일수록 ‘신을 믿어야 윤리적으로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율이 낮았다. 이 같은 답변 비율이 낮은 국가는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이 주를 이뤘다.
한국, 일본, 이스라엘 등도 선진국에 속하지만 미주나 유럽 선진국에 비해 종교의 중요성을 낮게 여기는 국민이 적은 편이었다. 반면 1인당 GDP가 매우 낮은 케냐, 필리핀,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튀니지,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나라에서는 종교의 중요성을 높게 보는 국민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 종교인 사라지지 않을 것
칼 마르크스는 ‘인류가 경제·과학·기술적’으로 진화하면 종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마르크스의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퓨 리서치 센터는 조사에서 마르크스의 주장과 다른 추세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 현상을 겪는 선진국에서는 마르크스의 주장대로 종교가 퇴색하고 있지만 인구와 경제가 급성장 중인 국가의 경우 종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민이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 등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 국가를 중심으로 종교인이 급증하고 있어 세계 종교인구는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퓨 리서치 센터는 전망했다. 에티오피아, 세네갈, 파키스탄, 부르키나파소 등 인구 급증 국가의 경우 종교가 자기 삶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국민의 비율인 90%를 넘었다. 반면 일본, 중국, 덴마크 등 심각한 인구 감소 현상을 겪는 국가에서는 종교를 중요하게 보는 국민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50년 무슬림 인구 기독교 따라잡는다
현재 세계 인구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50년쯤 전 세계 무슬림 인구가 기독교 인구를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전 세계 인구 중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1.4%로 전체 종교인 비율 중 가장 높았지만 40년 뒤인 2050년에도 동일한 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같은 기간 무슬림 인구 비율은 23.2%에서 29.7%로 증가하며 기독교인 숫자에 육박할 것으로 퓨 리서치센터는 전망했다.
2050년이 되면 두 종교가 세계 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이 약 61%로 세계 인구 10명 중 6명이 종교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 무종교인이 빠른 증가세이지만 세계 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6.4%에서 2050년 13.2%로 낮아질 전망이다. 힌두교, 불교, 토속 신앙인도 같은 기간 소폭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