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따른 임시제한조치 해제 앞두고 새 규정 도입
인권단체 "소송 제기해 맞서 싸울 것" 반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한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새 제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도입된 망명 신청 제한 조치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무단 월경 사례가 폭증하리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DHS)와 법무부(DOJ)는 새 제도의 내용을 23일자 연방관보에 게시해 입법예고키로 하고 입법예고문을 21일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새 규정은 공식 공포에 앞서서 30일간인 입법예고 기간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시행 기간은 일단 2년으로 정해졌으며, 연장될 수 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하려는 이민자는 미국 국경 입국 장소에서 사전 약속을 잡거나 특정 국적자에게 제공되는 인도주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야만 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망명 신청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 미국에 일단 들어온 상태에서 망명을 신청하려면, 그 전에 경유했던 국가에서 보호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절당한 경우여야만 가능하다.
다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는 예외가 인정된다.
입법예고문에 실린 DHS와 DOJ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이번 안을 마련한 것은 올해 5월부터 미국 남서부 국경에서 무단 월경 후 입국 신청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내려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공중보건 조치를 근거로 상당수 무단 월경자들을 즉각 추방해 왔으나, 이 조치는 코로나 사태 종료에 따라 일몰될 예정이다.
CDC의 공중보건 조치는 미국 연방법전 제42편(U. S. Code Title 42)에 따른 방역과 공중보건을 명목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3월부터 시행중이다.
입법예고문에서 DHS와 DOJ는 무단 월경 사례가 급증해 작년 12월 초에 하루 평균 8천500건 수준에 이르렀다며 CDC 공중보건 조치가 해제되고 다른 정책 변화가 없다면 하루 평균 1만3천건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앞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시행중인 CDC의 공중보건 조치와 별도로 특정 유형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도 있으나, 인권단체의 소송에 따른 연방법원의 결정으로 시행이 차단됐다.
당시 소송을 담당했던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리 겔런트 변호사는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안이 트럼프 행정부 당시 안과 비슷하다며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법학전문대학원의 젠더 및 난민 연구 센터 소장 카렌 무살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안에 대해 "국내법,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려는 끔찍한 예"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이민법을 정비하거나 국경 경비 예산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의회가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