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만명, 여전히 잔해에 갇혀"…튀르키예 "구조 인력 11만명 투입"
기적 같은 구조 소식 잇따라…시리아 반군 지역에도 첫 국제 구호 손길
56개국 파견 6천400명도 구조 작업…한국 긴급구호대, 활동 첫날 5명 구조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 강진으로 인한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의 사망자 수가 9일(현지시간) 1만9천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사망자수(1만8천500명)를 넘어서는 수치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 지진 사망자가 1만6천170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AFAD는 지난 6일 발생한 규모 7.8과 7.5의 강진 외에도 1천117건의 크고 작은 여진이 기록됐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는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이 밝힌 것을 합친 사망자는 3천162명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두 국가를 합친 사망자는 1만9천332명이 됐다.
현지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서만 최대 20만명의 시민들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을 넘긴 터라 희생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전체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가능성도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지진 과학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흐메트는 "세계는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명구조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인한 매몰자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72시간으로 보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기준 11만명 이상의 구조 인력과 5천500여대의 중장비가 피해 지역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일란 켈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재난보건 교수는 "지진 생존자의 90% 이상이 72시간 이내에 구조됐다"며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경우에는 눈과 비를 동반한 영하의 날씨 탓에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72시간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속에 기적 같은 구조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갇혔던 5세 소녀와 부모가 73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56개국에서 파견된 6천479명에 달하는 해외 구호대도 현지에서 구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 구조를 위해 급파된 우리나라 긴급구호대도 활동 개시 첫날 70대 중반 남성, 40세 남성,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 총 5명을 구조했다.
AP 통신은 "아직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영하의 날씨 속에 구조대가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구호 사각지대'로 꼽혔던 시리아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도 이날 도움의 손길이 처음 닿았다.
로이터·AFP 통신은 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넘어 반군 악 지역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이날 취재진에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을 넘는 육로가 파괴돼 문제가 있었지만, 오늘 첫 구호 물품이 전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지원이 몰리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마스쿠스 공항을 통한 인도주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반군 장악 지역은 '구호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도 상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튀르키예 강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을 40억 달러로 추산하면서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