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수당 청구 늘어 전체 시장 냉각에도
한인 요식·여행 비즈니스는 구인난 여전
내년 경기 침체 현실화하면 상황 바뀔듯
미국 고용에 한파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인 비즈니스 인력난은 이어지고 있다. 가시화한 경기 침체를 앞두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증가하는 등 나빠지는 채용 시장에서 한인 경제와 밀접한 요식·여행 등 서비스업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경제 둔화가 본격화되면 사업 악화로 더 이상 인력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연방 노동부는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 대비 9,000건 증가한 22만5,000건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의 전망치인 22만3,000건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2주 이상 돈을 받으려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71만건으로 직전 대비 4만1,000건 늘었다.
이는 올 2월 이후 최다 건수로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새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미국 전체 노동시장의 변화 양상이 한인 비즈니스에서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한인타운 내에서 요식업을 하는 레스토랑들의 경우 인력난 문제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관련 업체의 한 업주는 “몇 달째 채용 공고를 냈지만 조건에 맞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힘들다”며 “주위 다른 업주들도 같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 비즈니스의 인력 부족 사태는 이번 경기 둔화 국면에서 나타나는 노동시장 이중성을 보여준다. 최근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빅테크 업체들을 중심으로 금융계 일부에서 사무직 해고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요식·여행 업계에서는 상황이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 완화로 관광업이 활황을 보이는 등 경기 둔화에도 서비스업 수요가 강해 직원이 더 필요해진 탓이다. 미국 대표 기업들을 살펴봐도 아마존과 메타, 테슬라 등 테크 기업들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이 감원을 추진 중이지만 서비스 관련 업종은 해고 무풍 지대로 남아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서비스업의 활황세도 경기 침체를 앞두고 꺾일 조짐이 출현하는 상황이다. 노동부가 이달 중순 발표된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는 44.5를 기록했는데 해당 수치는 50을 밑돌면 위축 국면임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서비스업에서도 대규모 감원이 곧 출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문사 제프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몇년 동안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지금은 주저하고 있지만 새해가 되면 감원 계획을 본격화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 비즈니스 사업주 입장에서는 채용을 진행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요식업과 관광업은 경기 둔화가 나타나면 가장 먼저 수요가 급감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고생해서 인력을 뽑았다가 내년 경기 침체 본격화 시점에서는 다시 해고를 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