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사회환경 악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분노를 느끼는 비율이 높으며 해가 갈수록 이러한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50여 개국 남녀 12만명씩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이러한 현상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갤럽은 매년 한 차례 전화 혹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해 조사대상자가 전날 어떤 감정을 가장 많이 느꼈는지 물었다.
2021년 조사에서는 여성 응답자의 26%가 전날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이 ‘분노’라고 답했지만, 남성 응답자는 20%만이 분노가 가장 주된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10년 전인 2012년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는 남녀 응답자 모두 ‘분노’를 가장 많이 느꼈다고 답한 비율이 20%로 동일했는데, 이후 차츰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해 이제는 6%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진출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지만,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한 국가나 지역이 많다는 점이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인도 출신 정신과 의사 락슈미 비자야쿠마르 박사는 “여성은 교육받고 직업을 갖고 경제적 독립을 확보하게 됐지만 동시에 낡고 가부장적인 제도 및 문화에 얽매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 안에 남아 있는 가부장제와 집 밖에 해방된 여성 사이의 불협화음이 큰 분노를 불러일으킨다”면서 “예컨대 남성은 (퇴근 후)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지만 여성은 집에서 뭘 요리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고 지적했다.
BBC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는 2020년 부모 5,000쌍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코로나19 봉쇄 기간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더 많은 집안일을 책임졌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어머니가 벌어들이는 소득이 아버지보다 높은 경우에도 이런 경향에는 차이가 없었다.
이에 더해 여성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 결과가 나오는 배경이 됐을 수 있다고 비자야쿠마르 박사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