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 갭’ 연 5,400억 달러
연방 국세청(IRS)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금 탈루를 조사하고 체납 세금 징수를 강화하기 위해 800억 달러 규모의 IRS 현대화 예산을 투입할 예정인 가운데 이같은 정책의 집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만여 명의 직원들을 신규 고용해 세무감사를 강화하겠다는 IRS의 계획이 차기 국세청장 인선 지연 등 워싱턴의 정지 지형 기류에 휘말려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다음주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IRS 현대화 개선 작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IRS에 따르면 실제 내야 하는 세금과 납부한 세금의 차액인 소위 ‘택스 갭’(tax gap)이 최근 들어 급증했다. 지난 2014~2016년 회계연도의 체납 세금 규모는 연평균 4,960억달러였던 것이 2017~2019년 사이에 체납액은 연평균 5,400억달러로 늘었다. 이는 2022회계연도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 전망치인 1조달러의 절반을 넘어선 규모다.
IRS는 “대다수 납세자들은 정해진 기간에 납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며 “체납자로 인해 성실한 납세자들의 세금 부담이 결국 늘어나 택스 갭이 증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소득층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택스 갭은 정치 이슈로 비화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연방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IRS의 현대화 개선 비용으로 800억 달러를 배정했다.
800억 달러 규모의 IRS 현대화 개선 작업 예산의 대부분은 8만명이 넘는 감사인원을 충원해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탈루 여부를 조사해 택스 갭을 방지하고 체납 세금을 환수해 향후 10년 동안 1,200억달러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낙후된 IRS의 전산 관리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납세자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나머지 예산이 집행된다.
하지만 이 같은 IRS의 현대화 개선 작업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도전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찰스 레티그 청장의 임기가 오는 12일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백악관의 후임 지명이 지연되고 있다”며 “후임 인사 지연으로 IRS 현대화 개선 작업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의 경고 배경에는 8일 실시되는 중간 선거 결과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해 연방상원을 다시 장악하게 되면 친민주당 인사로 IRS 수장 임명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800억 달러의 IRS 현대화 개선을 위한 예산 집행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
케빈 매카시 연방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IRA에 포함된 IRS 예산 800억달러가 직원 8만7,000명을 고용해 ‘바이든의 그림자 군대’를 만들 것이라며 IRS 예산 폐기를 공언했다. 전직 IRS 청장들도 차기 청장 인선을 조속히 마무리 지어줄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