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기후퇴 우려 속에 소비와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조짐이 잇따라 나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 발표될 미국 3분기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1%(연율 환산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대확산 초기 이후 최저치이며 2분기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이후 매월 미국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추월하면서 상품 소비는 7∼8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올해 1·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던 미국 경제성장률도 3분기에는 플러스로 반등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소비 증가 덕분이 아닌 수입 감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와 관련해 집값 하락 폭이 커진 것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 주요 도시 집값 지표인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9%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7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두 달 연속 내렸으며, 하락 폭은 7월(0.2%)보다 훨씬 커졌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소비자신뢰지수도 102.5로 8월(103.2)과 9월(107.8)보다 떨어져 경기둔화 우려로 가계의 소비 심리도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소비자 심리와 지출에 강력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재고가 이미 준비돼있는 만큼 수요가 모자라면 판매 가격 할인 폭이 커져 소매업자들의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 산업계에서도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키는 '수요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카드·결제업체 비자는 3분기 세계 결제 금액이 2조9천30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5% 늘어 전분기(+12%)는 물론 시장 전망치(+11%)에 살짝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가전제품 기업 월풀은 최근 거시경제의 어려움과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했다고 진단했고, 장난감업체 하스브로는 소비자들이 점점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고 봤다.
소비재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 제품 가격 인상과 용량 축소 조치를 했다고 밝혔으며, 코카콜라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상품 구성을 판매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