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구찌 등 실적 쑥쑥, 부유층 인플레 영향 안받아 “내년 가격 최대 10% 인상”
세계적인 물가 급등과 경기침체 우려에도 에르메스, 구찌 등 고가 패션 브랜드의 구매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에르메스는 3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24% 늘어난 31억4,000만 유로(약 31억 달러)라고 지난주 발표했다.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도 시장 전망을 뛰어넘어 작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51억4,000천만 유로(약 50억7,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3분기 매출이 197억6,000만유로(약 195억 달러)로 19% 늘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인 13% 증가를 넘어섰다.
이처럼 고가 패션 브랜드 시장이 높은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에르메스는 이날 실적 발표 직후 내년에 제품 가격을 약 5∼10% 인상한다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올해 이미 4% 정도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에르메스는 전통적으로 연초에 가격을 인상하며, 인상 폭도 통상 1.5∼2% 수준에 그쳤었다.
샤넬은 지난해 대표적 핸드백인 ‘클래식 플랩’ 가격을 3차례나 인상했으며, 올해 초에는 ‘코코핸들’ 백과 ‘비즈니스 어피니티’ 백 등의 가격을 8∼12% 올렸다. 케링은 향후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으나, 새 컬렉션이 가격 인상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매출 증가는 미국 관광객들이 달러화 초강세에 힘입어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이들 제품을 폭발적으로 샤핑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올해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주요 소매 유통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런 명품 시장은 부유층들의 구매가 이어지면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침체와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이 중국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에르메스 주가는 올해 들어 15% 하락했고 케링도 35% 급락했다.
장 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명품 판매는 자신들만의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므로 경제 상황이나 경기 부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경기침체와 완전히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이 시장의 침체는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