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과목 수강생 2009~2016년 78% 불어나
미국에 K팝 열풍이 불면서 현지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 수강생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공영 라디오 채널인 NPR이 19일 보도했다.
NPR은 미국현대언어학회(MLA) 통계를 인용해 2009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 대학의 한국어 과목 수강자 수는 78%가 늘어나 1만5천 명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미국 대학에서 전체 언어 과목 수강자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는데, 한국어 수업만 큰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어 외에 유일하게 수강 신청자가 눈에 띄게 불어난 것은 미국 수화 강의로, 증가율이 37%였다.
NPR은 지난 10년간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의 활약 등에 힘입어 K팝이 큰 인기를 끈 것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높인 요인이었다고 진단했다.
2012년 강남스타일이 글로벌 히트를 하면서 K팝을 세계에 알렸고, 2018년에는 BTS가 빌보드 200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 해에는 블랙핑크가 미국 최대 야외 음악축제인 코첼라 무대에 섰다.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기생충'과 '오징어게임'과 같은 영화 등 각종 문화상품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어는 전통적으로 수강 신청자 수가 많지 않아 학교 측의 지원도 적었던 탓에 각 대학의 동아시아 관련 학부는 갑자기 넘쳐난 한국어 수강신청자들을 수용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NPR은 전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학과 조교수인 미셸 조는 "동아시아학부의 언어 교과는 전통적으로 중국어와 일본어였고, 한국어는 15년 전부터 교과목에 포함되기 시작한 새로운 분야"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을 맡고 있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정치학 교수는 NPR과 인터뷰에서 "나와 같이 1980년대에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은 모두 한국계로서 집에서 접하는 한국어 실력을 향상하려는 이들이 전부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한국어 수강 학생의 절반 이상이 K팝을 통해 한국어를 발견한 외국계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차 교수는 "사람들은 프랑스 요리도 좋아하지만, 뉴저지의 중산층 가정주부가 BTS 콘서트에 와서 뜻도 모를 가사를 흥얼거리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라며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조지타운대는 기존 과목으론 넘치는 한국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돼 올가을 학기부터 새 한국어 과목을 개설했다.
미셸 조 교수도 자신이 가르치는 토론토대 한국영화·미디어 과목들의 수강생도 한국계에서 외국계로 넘어가 이제는 외국계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TV나 영화, 음악 등을 통해 접한 한국 문화를 더 잘 알고 싶거나 아시아의 한국계 회사에서 일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