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판별' 최예진·'한국전쟁 후 미정책 조명' 모니카 김도 영예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에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를 포함한 한국계 3명이 선정됐다.
미국 맥아더 재단은 12일 허 교수와 최예진(45) 시애틀 워싱턴대 교수, 모니카 김(44) 위스콘신대 교수 등 각 분야의 인재 25명을 펠로십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재단은 올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 교수에 대해 "조합론과 대수기하학 간 새로운 연결고리를 통해 오랜 수학적 난제들을 증명했다"며 펠로십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허 교수가 그간 연관성이 적다고 알려졌던 조합론과 대수기하학 두 분야에 밀접한 관계가 숨겨져 있음을 밝혀냈다는 설명이다.
특히 허 교수가 리드 추측·로타-웰시 추측·다울링-윌슨 추측 등 수학계 난제를 해결했다고 재단은 평가했다. 리드 추측은 채색 다항식을 계산할 때 보이는 계수의 특정한 패턴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1968년 제기된 수학계 주요 난제 가운데 하나였다.
재단은 또 허 교수가 다변수 다항식의 한 종류인 '로렌츠 다항식'을 연구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혁신적 접근법과 다른 사람과의 생산적 협력을 통해 기하학적 조합론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세대의 수학자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언어를 분석하는 자연어처리(NLP) 분야의 권위자인 최예진 교수도 이날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최 교수의 연구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AI가 단순히 문장 속 단어의 뜻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상식에 따라 문장의 숨은 뜻을 추론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인간은 자연스럽게 상식에 근거해 판단을 내리지만, 컴퓨터 입장에서 인간의 상식은 너무나 규정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가 인간의 상식을 이해하고 익히는 데 자신의 연구가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다.
최 교수는 인터넷의 각종 허위 정보들을 판별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글의 사실관계와 글쓴이의 의도를 종합해 온라인 쇼핑몰의 가짜 후기나 가짜 뉴스를 자동으로 골라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최 교수는 컴퓨터가 주어진 정보를 종합해 도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1999년 서울대를 졸업한 최 교수는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에서 교편을 잡았다.
최 교수는 "여성 이민자로서 많은 것을 극복해야 했다"며 "내가 이 상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맥아더 재단은 역사학자인 모니카 김 교수에 대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뤄진 탈식민지화 속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했다"고 펠로십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2019년 펴낸 '한국 전쟁의 심문실 : 알려지지 않은 역사'에서 영토 다툼에서 시작된 한국전쟁이 인간의 내면과 개개인을 둘러싼 싸움으로 발전했다고 썼다.
또 한국전쟁 참전을 계기로 미국의 세계 분쟁지역 개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미국 전쟁의 주류 서사에서 밀려나는 요소에 주목해왔다"며 "전쟁은 권력 있는 자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00년 예일대를 졸업하고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뉴욕 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 한국계 교수 3명을 포함한 수상자 25명은 맥아더 재단으로부터 5년에 걸쳐 80만 달러(약 11억4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이 상은 1981년 과학, 예술, 사회활동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재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