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고소득인 대졸자 지원에 공정성 논란 계속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대학 학자금 탕감 조치에 대한 여진이 미국 내에서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장고 끝에 1인당 최대 2만 달러를 탕감해주는 이 조치를 내놨을 때 초반 질문이 '시기'에 집중돼 있었다면 지금은 정책 우선순위와 맞물린 공정성 문제로 초점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펜와튼 예산모델 분석에 따르면 행정명령에 따른 이번 정책에는 10년간 4천690억∼5천19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대략 680조 원 안팎인 이 정도의 돈이 시중에 풀리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안 그래도 심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정책 발표 시기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학자들마다 분석이 다르기는 하지만, 예산이 장기적으로 집행된다는 점에서 당장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현재는 우세한 모습이다.
그러나 공정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심화하고 있다.
개인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대학에 진학했고 그에 따라 발생한 비용을 왜 세금으로 보상하느냐가 그 근저에 깔린 1차적인 질문이다.
당장은 학자금 상환의 부담이 있다고는 하나 시간이 갈수록 소득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안정된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큰 대학 졸업자를 돕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이냐는 물음이다.
'우리 집에서 대학을 졸업한 것은 내가 처음'이라는 말이 역경을 딛고 성공했다는 의미로 훈장처럼 쓰이는 미국에서 대학 학위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소득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탕감 조치 대상은 연간 개인 소득이 12만5천 달러(1억7천만 원) 이하라서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얻는 직장인도 대출 일부를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공화당이 '미국식 사회주의'라고 몰아세우는 식의 비판과는 별개로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지적이 나왔다.
가령 팀 라이언 민주당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후보는 행정명령 발표에 대해 "재정적으로 안전한 상황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사람의 빚을 면제해주는 것은, 학위 없이 겨우 살아가는 수백만 명의 오하이오 주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대학 진학률은 60% 초반대로 적지 않은 미국 국민이 대학에 가지 않는데 사회적으로는 더 약자인 이들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나아가 이미 학자금 대출을 갚은 사람과와 형평성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이 이 조치를 발표했을 때 현장에서 나온 질문이 "학자금 대출을 갚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은 것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불공정한 조치 아니냐"는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만장자들만 면세를 받는 것은 공정하냐"는 반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등 실질적으로 구제가 필요한 대상을 선별해서 지원하는 등 좀 더 정책 설계를 정교하게 해야 했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나온다.
공정성 문제와 맞물린 이런 지적은 사회적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고물가 시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대학 졸업자들을 돕는 게 정부의 최우선적 과제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일치 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나라든 주요 정책 실행 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환기한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을 사회적 공감대 없이 추진할 경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