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결항 속출 항공대란에 탑승객 보상 강화
지난 달 중순 동부지역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의 이사를 도와주려 뉴저지 뉴왁 공항을 이용했던 폴 성(56)씨는 LA로 돌아오는 길에 큰 낭패를 겪었다. 예약했던 뉴왁-LA 직항 노선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바람에 대체 항공편을 배정받기 까지 5시간 이상을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고, 그나마 달라스를 경유하는 항공편이어서 그 다음날 새벽 무렵에야 간신히 LA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처럼 항공기 결항 및 지연이 속출하는 ‘항공대란’이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형 항공사들은 출발이 3시간 이상 지연된 고객에게는 식사권, 공항에서 밤새 기다리는 탑승객들에게는 숙박권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빈번한 항공편 연발 및 연착, 취소 등의 이유로 큰 불편을 겪었던 탑승객들이 식사나 숙박 등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젯블루항공 등 주요 항공사는 자사 과실로 항공편이 지연될 경우 고객에게 제공할 보상안을 지난달 31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각사의 보상안은 세부 내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3시간 이상 지연에는 식사권, 밤샘 지연에는 숙박권을 준다는 내용은 공통적이었다.
항공사들은 기존에도 내부 지침을 근거로 회사 과실로 피해를 본 고객에게 바우처나 숙박을 제공해왔지만, 세부 보상안을 서비스 정책에 구체적으로 넣어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보상책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일부 고객만 보상을 요구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같은 항공사의 태도 변화는 연방 교통부가 끌어냈다. 연방 교통부는 팬데믹 당시 단행된 항공업계의 대규모 인원 감축의 여파로 일상회복 과정에서 항공편 지연과 결항이 속출하자 항공사에 서비스 보완을 요구했다.
연방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선 항공편 중 3.2%가 취소됐고 24%가 지연됐다. 7월 초 독립기념일 연휴에도 대규모 결항 사태가 빚어졌다.
피트 부티지지 연방 교통부 장관은 지난 달 18일 주요 항공사 임원에게 서한을 보내 고객서비스 정책을 점검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노동절 연휴 전까지 항공사의 고객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는 정보게시판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4일 연방 교통부는 ‘현저한 항공편 출도착 변동 사항’ 발생시 항공권 환불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법령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항공권 환불 개정안의 핵심은 모호했던 환불 조건을 명확하게 법으로 규정하는 데 있다. 항공사가 임의적으로 환불 규정을 적용해온 관행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독립기념일 연휴기간 라스베가스에서 휴스턴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이 취소돼 이틀 동안 자비를 들여 숙박을 해결했다는 김상진(62)씨는 항공사들의 보상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더 이상 항공사 내부사정으로 탑승객들의 귀중한 시간이 낭비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