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항우울제 등 다중 약물요법 실태 고발
“울고 소리치고, 신이라는 존재에게 빌기도 했어요. 내 머리 안에 1,000명이 갇혀있는 듯한 이 고통을 가져가 달라고.”
뉴욕주에 사는 르네 스미스는 고교생이던 2017년 우울, 불안에 시달리던 끝에 우울증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덕분에 증상이 잠시 완화되는 듯했으나 약효는 점차 떨어져 갔다.
그렇게 약 처방이 하나씩 추가되기 시작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2012년 그가 복용하는 약은 어느새 7종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실제로 그가 겪지 않는 증상인 발작, 두통 완화제가 포함됐다. 잠시나마 상태를 안정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나중에는 조현병 치료제까지 추가됐다. 이제 대학생이 된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끔찍한 기분이 들던 때였다”면서 “마스크를 쓰니까 좋아졌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스미스 사례가 요즘 청소년 또래에서 나타나는 정신과 약물 남용의 전형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정신 의학에서는 적절하게 정신과 약물이 처방되면 청소년 상태를 안정시키고 그들의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덜어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약물이 지나치게 쉽게 배포된다는 게 문제라고 NYT는 짚었다.
이들 약물은 원래 단기 용도로 쓰이지만,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음에도 수년간 처방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에는 정신 이상 증세, 극단적 선택 시도, 체중 증가, 생식 능력 문제 등이 꼽힌다.
더 심각한 것은 청소년에게 처방되는 수많은 정신과 약물이 18세 미만에게는 승인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안전성이나 장기처방 영향이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약물이 복합적으로 처방되는 실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보스턴 매사추세츠대 임상심리학자인 리사 코스그로브는 “실험 대상이 된 세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 한 소아과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약물 처방을 받은 2∼24세 중 우울, 불안, 기분이나 행동 장애와 관련한 약물을 한 가지 이상 추가로 처방받은 비율이 40.7%로 나타났다.
이런 약물은 50여 종이었는데, NYT가 자체 추적한 결과 대략 절반 정도가 청소년에게는 승인되지 않은 것이었다.
보건 당국이 이 같은 다중 약물 요법의 문제를 인지한 것은 10년 전으로, 이런 관행을 억제하기 위한 법 개정도 급물살을 탔으나 상황은 처음에는 저소득층에서 나타났다가 이후에는 이를 넘어 중산층 이상으로도 번졌다고 NYT는 짚었다.
메릴랜드대 약학과 줄리 지토 교수는 “이런 게 주류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다중 약물 요법이 이처럼 확산하게 된 것은 1980년대 2세대 항정신병약이 쏟아져나오고, 1990년대에는 2세대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가 등장한 것과 맞물렸다고 NYT는 설명했다.
또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청소년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2006년 미 전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항정신병약 처방을 포함해 의사 진료를 받는 20세 미만이 1993년 20만명에서 2002년 120만명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약물 처방이 불안, 우울, 자해, 자살 충동 등을 겪는 청소년 안정에 필수라고 지적했다.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소아 응급 의사인 스테퍼니 케네벡은 “약물 치료는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약물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