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추락 현장 근접 촬영해 업무 관계없이 사적 공유
유족 "유출될라 날마다 고통"…배심원 '정신적 가해' 인정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시신 사진을 돌려본 구조, 사고조사 당국에 거액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이 나왔다고 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브라이언트의 부인 버네사 브라이언트가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천6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버네사는 2020년 1월 26일 남편과 딸이 LA 근처에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진 뒤 시신 사진이 돈다는 보도가 나오자 소송을 제기했다.
배심원 9명은 브라이언트와 사망 당시 13세이던 딸의 사진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버네사의 주장을 만장일치로 인정했다.
시신 사진을 공유한 이들은 주로 LA 카운티 경찰서, 소방서 직원이었다.
열람 사례 전부가 사건과 관련한 공적인 업무을 담당한 것도 아니었다.
비디오 게임을 하던 직원, 시상식에 참석 중이던 직원도 사진을 봤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종업원에게 사진을 보여준 직원, 배우자에게 사진을 보여준 직원도 있었다.
버네사는 배심원단이 평결을 읽는 동안 숨죽여 울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11일 동안 진행된 이번 심리에서 당국이 사진을 돌려봤다는 사실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받는다고 증언했다.
버네사는 남편과 딸을 잃은 지 한 달 뒤에 보도를 보고 아물지 않은 슬픔이 더 커졌다며 사진이 여전히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극심한 공포로 발작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사진이 올라올 것을 두려워하며 하루하루 산다"며 "딸들이 소셜미디어를 하는 중에 갑자기 사진을 접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간다"고 말했다.
배심원단은 브라이언트가 숨진 헬기에 동승한 아내, 딸을 잃은 크리스 체스터에게도 1천500만 달러(약 201억원)를 배상하라고 이날 평결했다.
LA 카운티의 변호인은 사진은 상황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도구였다고 반박했다. 또 공유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사진을 봤다는 점은 시인하면서도 사진이 대중에 유출되지 않았고 유족도 사진을 보지 못했다는 점, 당국 명령을 통해 사진을 삭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LA 레이커스에서 뛰다 은퇴한 브라이언트는 선수 시절 챔피언 반지를 5차례나 꼈다. 은퇴 뒤 활약상을 인정받아 NBA의 전설적 스타를 모아둔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린 슈퍼스타였다.
이날 배심원단은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 등번호 8과 24를 조합해 '코비 브라이언트의 날'로 지정한 8월 24일에 맞춰 평결문을 판사에게 전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