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인가 아닌가 ‘갑론을박’ 격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인지를 두고 현지에서 갑론을박이 뜨겁다.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그와 반대되는 경제지표가 적지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경제침체를 걱정하기엔 고용이나 소비심리가 너무 좋다.
미국 경제는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해 기술적으로 경기침체에 진입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대폭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고용지표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소비심리도 긍정적이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이같은 근거를 들어 공식적인 경기침체에는 선을 긋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불황에 접어든 게 맞는다고 본다면 현재 튼튼한 노동시장과 소비심리 등에 비춰볼 때 일반적인 불경기와는 다른 것일 거라고 평가했다.
통상 경기침체라고 하면 기업은 고용을 꺼리고 소비자는 돈 쓰기를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미국 기업은 오히려 직원 구하기에 애를 먹고, 소비자는 지갑을 열고 싶어도 공급이 수요를 받쳐주지 못한다. 즉, 지금 미국 경제는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라는 경기침체의 일반적인 정의와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미국의 상황이 전례가 없진 않다. NYT는 2010년 노스다코타주의 소규모 신흥도시 윌리스턴의 예를 들었다. 이 도시는 당시 셰일오일 유전 개발로 호황을 누리면서 일자리가 넘쳐났고 높은 임금에 주정부 금고는 세수로 넘쳐났다. 그러나 동시에 식당은 직원을 구하지 못했고 주택은 공급이 부족하고 비쌌다. 전반적으로 수요가 오르면서 물가 또한 치솟았다.
미국에선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52만8,000개 증가했고,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최저치였던 2020년 2월과 같았다. 또 팬데믹에 따른 전세계 공급망이 위축된 상황에서 그간 억눌린 수요가 분출했다.
불확실성이라는 특징도 겹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얼마나 갈지 모르기에 근로자와 기업, 정부가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윌리스턴시의 경우 당시 기업과 정부는 아파트나 초등학교, 하수처리시설 등에 투자하는 걸 꺼렸다. 지역사회가 커지면서 당장 필요한 인프라지만, 막상 완공됐을 때 도시 상황이 어떨지 모르고 시설의 필요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기업의 투자 양상도 비슷하다. 팬데믹 시기 소비자들이 외식을 집밥으로 바꾸고, 헬스장에 가는 대신 자전거를 타는 등 소비패턴이 변하면서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수요에 대응하는 걸 선호했다.
미국 연구단체 경제혁신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애덤 오지메크는 “이런 상황은 가격과 공급 부족 문제를 야기한다”며 “기업은 ‘지금 자전거 붐이 일어났으니 신규 자전거 공장 10개를 만들어야지’라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용지표 등이 좋아 보인다고 해서 지금 미국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라 싱클레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국이 진정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황이란 번영이 투자를 부르고 이는 다시 경기 활성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생산적인 경제를 만드는 선순환 흐름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에 따른 혼란과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에 확산하고 미래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불확실하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래에 대한 투자가 부담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