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장치 해킹·주유량 조작
미국에서 유가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해킹 등을 통해 요금을 조작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고 미국 NBC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에서 기름값이 급등한 이후 전국적으로 '기름 도둑' 최소 2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기름 도둑들은 기름을 싸게 사기 위해 주유기를 관리하는 원격 장치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의 보안제품을 만드는 신생기업 '가디언 페이먼트 솔루션' 창업자 렌 덴턴은 3월 이후 주유소 영업자나 관련 당국으로부터 도난 관련 컴플레인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전했다.
도둑들은 미국에서 주유기 장비가 표준화된 상황에서 통상 보안 수준이 높지 않은 소수 제조업체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악용한다고 NBC는 지적했다.
현재 미국 주유기 시장은 대체로 '웨인'사와 '길바코'사로 양분돼있다.
이중 웨인사 제품의 경우 상당수가 원격 통제장치가 있는데, 문제는 이 장치가 적절히 규제되지 않고 심지어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도 여럿 올라와 있는 실정이다.
또 주유소 측이 원격 통제장치에 접근하기 위한 입력값을 초기 세팅 값 그대로 놔두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도 있다.
지난 3월에는 웨인사 주유기의 원격 통제장치를 해킹해 결제 없이 연료 주입이 가능한 '점검 모드'로 바꾼 뒤 가스를 가로챈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길바코사 주유기의 경우 주유량을 표시하는 펄서를 조작하는 수법이 통용되고 있다.
펄서 속도를 늦춰 실제 주입량의 일부분만 표시하도록 해 실제 지급가격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전국편의점·연료소매협회(NACS)의 제프 레너드 부회장은 편의점 주유소 주인 4명 중 1명꼴로 3월부터 연료 도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앞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뒤 유가 인상으로 도난범죄가 증가하자 미국 주유소 대다수가 선불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범인이 주유기와 결제시스템을 조작하는 법을 알아내는 결과로 이어졌고, 기름값이 오르면서 이런 범행은 더 흔해졌다고 레너드 부회장은 전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국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 당 4.53달러로, 지난달 5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내릴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