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등 방역조치 시행에는 머뭇
시카고 보건국장 "항상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칠 수는 없어"
미국에서 오미크론의 새 하위 변이 BA.5로 인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지만 방역 조치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주·지방정부의 공중보건 당국이 마스크 착용 같은 방역 조치의 재도입을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에서는 지난주 코로나19 경고 수준이 '높음'으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시카고시 보건 책임자는 주민들에게 코로나19가 삶을 통제하도록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주 보건 국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을 '폭우'에 비유하면서도 현재 상황이 우려할 만한 것이지 두려워할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주 킹카운티의 제프리 두친 보건국장은 최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도입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두친 국장은 "사람들에게 이거 하라, 저거 하라고 강요하는 의무화 조치를 무한하게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3년차로 접어든 가운데 보건 당국자들이 백신과 치료제, 면역의 확대 등으로 상황이 바뀌었기를 기대하면서 '조용한 경고'만 내보내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보건 당국자들은 이제 미국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진 현실을 정책에 반영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새로운 코로나19의 확산을 집단적인 무관심으로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앨리슨 아와디 시카고 보건국장은 "항상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칠 수는 없다"며 마스크 의무화를 도입하기 전에 병원이 환자로 압도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아와디 국장은 "큰 변화가 있을 때를 대비해 마스크나 백신 추가 접종과 관련한 의무화를 아껴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최근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지장을 일으키도록 해선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그게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현실이란 걸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BA.5의 확산으로 최소 40개 주에서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주요 확산 지역은 캔자스·네브래스카·노스다코타 등을 관통하는 대평원과 남부, 서부다.
NYT의 집계에 따르면 17일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12만9천900여명으로 2주 전보다 15% 증가했다.
같은 날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4만942명으로 올해 3월 초 이후 넉 달 만에 4만명을 넘겼고, 하루 평균 사망자도 2주 전보다 10% 늘어난 425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