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석유 추가 증산 불가” 일축·‘중국 견제’ 성과 없이 결국 빈손 귀국
“미국 대통령은 순방 가치가 있었는지 의구심만 남긴채왕국을 떠났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중동 방문을 두고 이같이 꼬집었다. 인권 우선 가치를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중동 구애’에 나섰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빈손으로 돌아온 데 대한 지적이다.
성과는커녕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국제적 위상만 공고히 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를 끝으로 3박 4일간의 순방을 마무리했다. 그는 회의에서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러시아, 이란이 (미국의) 공백을 채우도록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동 지역 긴장 완화 추구 △중동 국가와 정치·경제·사회적 협력 추구 △인권 보호 등 미국의 중동 정책 원칙도 발표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식량위기 해결을 위해 10억달러(약 1조3,2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수년간 이어온 미국의 탈(脫)중동 정책을 멈추고 다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순방은 득보단 실이 더 많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핵심 의제 대부분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당장 최대 관심사였던 ‘석유 증산’ 문제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걸프협력회의(GCC)와 정상회담에서 “국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공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우리는 동의했다. 향후 수개월간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 회의가 예고돼 있는데, 이 자리에서 원유 증산 결정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사우디는 냉담했다. 빈살만왕세자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을 계획했다. 이를 넘어서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사우디 측은 정상회담 직후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회의에서 원유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