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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그리움의 기적…“미주씨, 부모님 찾았습니다”

미국뉴스 | 사회 | 2022-07-06 08:55:44

미주씨, 부모님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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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소개 입양아, 가족상봉 눈앞

42년 그리움의 기적…“미주씨, 부모님 찾았습니다”
42년 그리움의 기적…“미주씨, 부모님 찾았습니다”

■부모는 친딸 입양사실도 몰랐다

실종팀 문상태 경위는 그날 오전 미주씨 친어머니 A(69)씨에게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1979년에 따님을 낳은 적 있나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딸 쌍둥이를 마포구 이순니조산소에서 출산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따님이 부모님을 찾아 미국에서 왔었어요. DNA 채취가 필요한데 경찰서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부는 오후 4시 한달음에 마포서로 달려왔다. 아버지 B(74)씨는 지팡이에 기대 딸이 자신들을 찾겠다며 만든 전단을 하염없이 들여다봤다. “검사할 것도 없이 한눈에 알아보겠어요.” 어느새 그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부부가 전한 사연은 이랬다. 부모는 둘째 딸이 해외로 입양된 사실조차 몰랐다. A씨의 말이다. “임신 기간 쌍둥이를 가진 것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둘을 낳고 사흘 후 조산소를 나서는데, 시어머니가 ‘네가 첫째를 안고 가라’고 하더니, 둘째를 데리고 나오지 않았어요.” 시어머니는 집안 사정도 어려운데 애 셋(오빠 포함)을 어떻게 키우냐며 미주씨를 부잣집에 보냈다고 했다. 남편에게 결혼반지와 목걸이를 주고 둘째를 찾아 오라고 했지만, 입양 갔다던 그 집에 미주씨는 없었다. 아무리 둘째 딸의 행방을 물어도 시어머니는 몇 해 전 숨질 때까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미주씨가 어떻게 입양기관으로 흘러갔는지는 모른다. 미주씨 양부모는 1983년 4월 그를 입양 보낸 한국사회봉사회에 친부모 정보를 요청한 적이 있다.

 

■기적 가능케 한 키워드 ‘쌍둥이’

경찰이 두 사람을 찾을 수 있었던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 미주씨가 건넨 서류에는 부모의 성(姓)만 쓰여 있었다. 입양기관을 통해 확인한 서류상 부모 이름은 김석X(당시 28), 임정X(26). 현재 나이대를 위 아래 다섯살까지 넓혀 전국을 뒤져봐도 이런 이름의 부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 단서는 쌍둥이. 입양서류에는 “쌍둥이 중 후둥이(동생)”라고 적혀 있었다. 사실이라면 같은 생년월일과 외모를 가진 여성이 살아 있을 확률이 높았다. 경찰은 5월 16일 특정조회 시스템에서 1979년 ○월 ○○일생 여성 1,124명을 추려냈다. 팀원들은 야근이나 짬 날 때마다 미주씨 얼굴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닮은 사람을 몇 번이나 훑었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었다.

장진명 경장의 눈썰미가 빛을 발했다. 하관과 눈썹이 비슷한 언니 희주(가명)씨를 발견한 것. 그런데 주민등록번호 생일이 미주씨보다 이틀 빨랐다. 그에게는 남자 형제(오빠)도 있었다. ‘이미 딸이 있는데, 또 딸 쌍둥이가 태어나 아이를 보냈다’는 서류 내용과 분명 달랐다.

그래도 너무 닮았다는 아쉬움에 경찰은 5월 27일 경찰청 ‘3D 얼굴 인식 시스템’에 대조를 의뢰했다. 미주씨에게서 연령대별 사진을 받아 시스템에 넣었다. 지난달 15일 받아든 결과는 일치율 74%. 통상 70% 이상이면 ‘동일인’으로 본다고 한다. 다른 여성 사진들과의 일치율은 0~24% 수준이었다.

 

■딸과 부모는 지근거리에 있었다

DNA 채취 열하루가 지난 지난달 28일, 미주씨는 그토록 바라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문서를 손에 넣었다. “친자관계가 성립될 확률은 99.9999%임.” 사실 부모님과 그는 가까이 있었다. 미주씨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5월 종로의 한 호텔에서 보름간 머물렀다. 알고보니 부모님은 이 호텔에서 1.2㎞ 떨어진, 천천히 걸어도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사업체로 매일 출근했다.

부모를 찾았다는 경찰의 구두 통보를 듣고 미주씨는 “믿겨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감격스럽기도 했으나 생부ㆍ생모를 보고파 했던 그 시간들, 힘겨웠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지금이야 가정을 꾸려 두 아들(8세, 4세)을 뒀고, 또 IT 애널리스트로서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의 인생 경로는 순탄치 않았다. 양부모는 미주씨가 네 살 때 이혼했다. 인종차별을 당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을수록 혈육에 대한 그리움의 농도는 짙어졌다. “늘 친부모를 생각하며 어딘가 나와 똑닮은 쌍둥이가 있지 않을까 상상했습니다. 오빠가 있었으면도 했고요. 그 일이 진짜 일어났네요.”

모녀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나마 생전 처음 대화를 나눴다. A씨는 “보고 싶고, 미안하고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미주씨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부모님에게 드릴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버이날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린다고 들었어요. 먼 길을 돌아왔으나 나를 낳아주신 분들께 꼭 꽃을 선사할 겁니다.”

가족은 조만간 한국에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번엔 미주씨의 두 아들과 남편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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