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 감원 본격화, 임금 인상의 역습
지난해 급격한 연봉 인상을 주도했던 빅 테크 기업들이 감원을 통해 인건비 줄이기에 들어가면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고연봉자 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와 테슬라 등이 코로나19 속에 비대면 확산과 저금리를 바탕으로 ‘임금 잔치’를 벌인 지 불과 1~2년 만에 경기침체 한파를 맞으며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올 것이 온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급작스럽게 늘어난 인건비가 근로자 고용 안정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는 경제 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또 다시 직원 300명을 해고한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해고자들은 대부분 미국 근무 인력들로 전체의 4%에 해당한다. 넷플릭스는 앞서 5월에도 130명을 1차 감원한 바 있다. 한국 컨텐츠 붐으로 넷플릭스에 채용되었던 김 모씨는 아직까지 한국 관련 팀원은 위협을 못 느끼고 있지만 옆 자리에 있던 2년차 동료가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아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달 정해진 급여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인원 감축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10만 명이었던 테슬라의 전체 인력 가운데 정규직이 6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약 6000명이 정리 해고 대상이다. 이번 감원 계획이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조치라는 의미다. 앞서 최근 테슬라 임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도 머스크는 정규직 근로자의 10%를 해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 5월31일 임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무실 근무를 통보하는 메일을 보낸 후 근태 조사에 나서고 있다.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회사들은 사무실과 재택 근무를 번갈아가며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시행 중인데 유독 테슬라만 사무실 출근을 통보한 후 모니터링에 들어간 것이다. 이로인해 이직을 고려하는 엔지니어가 속출하고 있지만 정규직 인력 감축을 발표한 테슬라 임원진은 근태 조사를 근거로 정리해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슬라뿐이 아니다. 완성차 업계 4위 업체인 스텔란티스는 이달 미국 미시간주 스털링에 있는 스탬핑(금형) 공장이 정리해고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정규직과 계약직을 포함해 2180여 명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PC 부문 반도체 관련 부서의 신규 채용을 일시 중단한다는 메모를 사내에 돌렸다.
채용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급작스럽게 연봉이 오른 중·초급 개발자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이들이 새로운 저임금 초급 개발자로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구인난에 개발자 임금이 폭증했지만 이는 결국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라며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대체 불가능한 고급 개발자 외에는 감원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연봉 인상의 역풍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더욱 거세게 불고 있으며, 대기업 역시 경기 침체 속 인건비 부담에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기업을 따라 연봉을 높인 다른 스타트업들도 비슷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