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이규 레스토랑

최대 피해자는 취약계층 여성…“너무 잔인한 결정”

미국뉴스 | 사회 | 2022-06-30 09:05:41

50개주 절반 임신중지 금지할 듯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50개주 절반 임신중지 금지할 듯

비용 탓 ‘원정 수술’가지 못하는

저소득층·이민자 등 타격 불보듯

 

 지난달 3일 뉴욕에서 시민들이 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시도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3일 뉴욕에서 시민들이 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시도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낙태) 권리를 보장한 법원 판결을 무효화하기로 결정했다. 반세기 동안 헌법으로 보호받던 여성의 임신 관련 자기결정권이 박탈당하게 되면서 여성 인권과 건강권 후퇴는 불가피해졌다. 미국 사회에서 생명권(pro-life)과 임신중지권(pro-choice)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를 둘러싼 논란에도 더욱 불이 붙게 됐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위헌법률 심판에서 9명의 연방대법관 가운데 5명이 찬성, 3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1973년 당시 여성의 낙태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를 49년만에 뒤집은 것이다.

 

보수 성향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찬반에 손을 들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별도의 보충 의견을 통해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15주 후 임신 중단을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다수 의견에 동조한 셈이다.

 

보수 성향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다수 의견서에서 “미국 헌법은 낙태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로 대 웨이드 판결이 그 권리를 보장했고 해로운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제 권한을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임신중지를 헌법 권리로 인정할게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주지사와 주 의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소수 의견에 “헌법상 기본적 보호를 잃은 수백 만 명의 미국 여성과 슬픔을 함께하며 반대한다”고 적시했다.

 

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합법화한 판례를 뒤집으면서 임신중단 권리 존폐 결정은 이제 주 정부 및 의회 권한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 경우 미국 전체 50개 주 중 절반 가량이 임신중지를 법률로써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로 대 웨이드 판례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 가능한 임신 24주를 기준으로 그 이전까지는 임신중지를 허용해, 여성의 임신중지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확립한 기념비적 판결으로 여겨져 왔다. 당시 미국 대부분 주는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중지를 금지하고 있었으나, 미 연방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사건을 통해 “여성은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지를 선택할 헌법상 권리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법률이 미국 수정헌법 14조를 침해(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사생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했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은 당시까지 임신중지와 관련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킨 ‘위대한 판결’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해 연방대법원을 보수 우위로 재편하면서 여성의 임신중지권은 결국 반 세기 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CNN방송은 “이는 미국 사회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파장이 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사회와 정치권에서 임신중지 문제를 둘러싼 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정치권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즉시 판결을 “잔인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여성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자 여성들의 뺨을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이 거의 50년이나 된 전례를 뒤집었다”며 “(보수) 정치인들의 변덕을 들어주기 위한 매우 사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이 판결이 미국인들에게 생명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고 극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임신중지약 구매를 쉽게 하고 △다른 주에서 임신중지 시술이 가능하게 하는 등 이에 대응하는 각종 행정명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없는 상태다.

 

이날 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미국 내 사회적 취약계층 여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신중지를 원하지만 가능한 지역으로 ‘원정 시술’을 가지 못한 사람들이 포기하면서 곧 산모의 교육·취업기회 저하로 이어지는 탓이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저소득층, 10·20대, 흑인이나 라틴계, 서류가 미비한 이민자들을 그 대상으로 꼽았다.

 

<허경주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나혼자 산다’주택 구입자 갈수록 증가세
‘나혼자 산다’주택 구입자 갈수록 증가세

주택 구입은 인생 최대 규모의 구입이다. 수십만 달러 또는 백만 달러가 훌쩍 넘는 큰 규모의 지출이 필요한 것이 바로 주택 구입이다. 대부분 모기지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지만

이자율 하락 전망…“2년 내 기대만큼 안 떨어질 것”
이자율 하락 전망…“2년 내 기대만큼 안 떨어질 것”

2025년 을사년의 새해가 활짝 밝았다. 모기지 이자율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오름세로 새해를 시작했다. 이자율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던 바이어들은 조급한 마음으로 연초를 시작하고 있다

LA 산불 닷새째 불길 시내쪽으로 확산…돌풍 강해져 긴장 고조
LA 산불 닷새째 불길 시내쪽으로 확산…돌풍 강해져 긴장 고조

사망자 최소 11명, 건물 1만2천여채 소실…명소 게티미술관 등 위협대형 화재 2건 진압률 10%대…소화전 고갈 등에 비판론 커져  10일 화염이 번지고 있는 LA 맨더빌캐니언 지

“사기 방지 요령 숙지”… 그래도 걸려드는 사기 피해
“사기 방지 요령 숙지”… 그래도 걸려드는 사기 피해

작동 않는 구식 요령 과감히 버려야피해자 신뢰 얻는 방식 파악 대처구체적 행동 요령 더 효과적 지적전화로 개인정보 공개 하면 안 돼  각종 사기 범죄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예전 범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주범은 자동차 보험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주범은 자동차 보험료

신차 가격 인상에 보험료↑팬데믹 이후 보험료 51% 올라잦은 사고와 수리비 급등가입자 줄면 더 오를 수도  인플레이션이 속 시원히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자동차 보험료 급등 때문이라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취임 10일 앞두고 베네수·우크라 등 출신 18개월간 임시보호지위 연장 조 바이든 행정부가 10일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 우크라이나, 수단 등에서 온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근육량 못지않게‘근육의 질’중요… 암 치료 효과도 높인다

근육에 지방 쌓인 근지방증유방암 치료 효과 낮춰심근경색·빠른 간섬유화도 근육 속 지방 축적 정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의 질’을 바꾸면 암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언제부터 눈물이 많아져서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소원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부랴부랴 심리 상담부터 받기 시작했어요.”초교 5학년 아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간은 심각한 손상이 된 뒤에도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간을 ‘침묵의 장기’로 부르는 이유다. 간의 침묵으로 인해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나 된다.간암 발병 경로를 거꾸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직장에서 한 자세로 오랫동안 집중하거나 앉아 있으면 근육이 뭉치고 관절이 약해지기 쉽다. 거기다 심각한 과로와 만성피로까지 겹치면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업무 중 틈틈이 어깨 관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